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좋을 이야기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소등 모음집)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작가: 매도쿠라, 작품정보)
리뷰어: Ello, 17년 7월, 조회 70

1.

큰일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혹해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음을 먹고 리뷰창을 열 때까지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메모를 하면서 다시 읽었습니다. 메모가 세페이지가 넘어가기에 무슨 단어장을 보듯이 다시 읽고, 또 읽었습니다만.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문송합니다. 흑흑.

요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혹은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같이 연구를 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는 거죠. 이 정도만 이해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그래서 어떤 시점의 ‘나’가 연구를 했건 간에 미키는 시간을 돌리면서 나이를 먹었고, ‘나’ 역시도 나이를 먹겠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아마도 내 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놀이공원으로 찾아가서 따뜻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그러니까 효정이 만난 할아버지와 효정이 사랑에 빠진 연구원은 모두가 다 ‘나’ 입니다. 효정이 할아버지를 만난 시점이 A라고 하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시점이 B, 연구원과 사랑에 빠지고 연구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2월 29일이 C 라고 했을 때 효정의 시간은 A부터 C까지 이어지는 연결 선상에 있는데, ‘나’는 A부터 B까지가 ‘나 1’ 이고 B부터 C까지가 ‘나 2’가 되는거죠?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기억이 공유되지는 않는군요. ‘나 2’ 가 등장하기 전에 얼른 ‘나 1’이 빠져줘야 하는 상황이네요.

네이버 웹툰 <시타를 위해서> 비슷한 설정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여주인공인 시타가 죽고 주인공은 타임리프해서 어린 시절의 시타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시타가 무사히 쿠마리가 되도록, 다시 젊은 시절의 자신을 만나 떠날 수 있도록 돕죠. 그러니까 여기에서 남자 주인공 1은 나중에 등장할 남자 주인공 2를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마찬가지 일까요? ‘나1’은 ‘나2’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단문응원에서도 영드 <미스핏츠>를 언급했었는데 찾아보니 시즌 3에 그런 내용이 나오네요.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죽을 것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실패하죠.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여자친구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여자친구로 만들고 그 시간에 곁에 있으며 구하기 위해 노력하죠. 실패하고 또 돌아갑니다. 스스로를 특정 구간의 시간 속에 가둬버리는데요.

굉장히 낭만적이었어요. 너와 다시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라니.

연구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연구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시 만나기 위해가 더 적절할까요?) 놀이공원으로 가는 모습이 절절해 보였어요. 손을 잡아 줄 수는 있지만 사랑에 빠질 수는 없겠죠. ‘나 2’에게 보내줘야 할테니까요. 사랑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다시 ‘나’와 사랑에 빠질 예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1’과는 더이상 진척 될 수가 없는 관계임에도 곁을 지켜줘야 하다니. 아름다우면서도 안타깝네요.

3.

이제 조심스럽게 의문점을 풀어봅니다.

‘나1’이 ‘나2’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를 궁금해 했던 이유가 연구 일지를 통해 기록을 공유하면서 연구를 했기 때문인데요. 일지를 보면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기록이나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기록을 볼 때 주인공은 과거의 ‘나’가 했건 미래의 ‘나’가 했건 기억을 공유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요.

하긴, 만약 ‘나1’이 ‘나2’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나2’를 만나기 전에 효정과 이별할테니 별로 상관은 없겠군요. 쓰다 보니 이걸 왜 고민했지 싶네요. 만약 ‘나1’이 ‘나2’를 만나기 전에 이별하지 않았다면 ‘나2’에 대한 기억이 없으면 큰일이다 싶었는데 더이상 연구 일지로 ‘과거, 현재, 미래’의 ‘나’에 대해 서로 어느 정도의 기억을 공유하는 건지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휴 다행입니다.)

하나 더, 효정의 3월 29일 일지에는 ‘생쥐가 미래에서 왔다.’고 적혀있는데 이 날은 비커에 담긴 생쥐 털만 왔습니다. 미키가 왔나 싶어서 찾아봤지만 아마도 생쥐가 아닌 생쥐 털이 왔을거예요.

 

4.

‘부활’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저는 효정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펜던트를 남주에게 주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넘어가버린 걸까요. 할아버지였던 연구원이 허물을 벗고(!) 다시 젊은 연구원이 되어서 효정에게 빠지고 다시 효정이 죽고 효정에게 가기 위해 시간을 돌리는 일련의 과정이 시간 속의 방랑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경고를 해도 마찬가지고 경고를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라니. 다음 번 ‘나2’는 어떤 선택을 할지도 궁금해지네요.

부디 다음 번 ‘나2’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 인과율을 깰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너에게 갈테니 이번엔 죽은 이도 살린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너를 되살리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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