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모르는 사람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고
예상치 못했던 참사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하고도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그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며
안타깝지만 그 사건 속 피해자는 무조건 존재한다.
심각하고도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새겨진 채 평생 남게 된다.
그 사건이 발생한 공간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까지도.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잘못을 본인을 돌리며 자책하고 결국 죄책감으로 남게 된다.
이 작품 속에서는 남편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가진 채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이다.
짧은 내용 속에서도 남편이 사망하게 된 사건, 죽기 전 남편의 마지막 말과 행동,
남편을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 가해자에 대한 원망, 후회 등 아내의 요동치는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 속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명하다.
아내의 가슴을 스치고 쇠몽둥이로 남편의 머리와 팔을 사정없이 가격한 그 남자 둘. 그리고 남편과 아내.
하지만 아내는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지나쳤어야 했는데, 느낌을 과장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했고
남편을 버려두고 아이에게 달려가는 본인의 모습을 회상한다.
남편의 죽음을 오로지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며.
남편의 죽음을 단념한 채로 남편을 둔 채 달려가는 아내를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나의 한마디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내가 만약 아내라면 남은 삶 동안 가해자를 찾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 보복하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가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남아있는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공존한 채 살아갈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을 잃은 그 트라우마와 죄책감은 죽을 때 까지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남편이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남긴 한 마디가 마음에 박힌다.
“희정아, 빛 쪽으로 가…”
도와줄 사람을 찾아 밝은 곳으로 도망가라는 뜻도 있겠지만
어두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지 말고 밝고 행복하게 살라는 남편의 소망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