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나면 그들은 퇴근 대신 수사를 진행한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달빛수사 (작가: 연여름 출판,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23년 12월, 조회 28

“해가 지고 나면 그들은 퇴근 대신 수사를 진행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호러 장르 속 드라큘라나 흡혈귀가 등장해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존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중 하나가 ‘사이코매트리’라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점 외에는.

 

달빛 수사는 내게 수사물을 표방한 등장인물들의 성장기 같았다.

물론 달달 장르물을 즐기는 독자에겐 싱겁다 못해 심심할 로맨스 한 꼬집과 더불어 10대 소녀들의 따스한 우정이 저변에 깔려 있지만, 내가 읽으며 가장 주목한 것은 주요 등장 인물인 선우와 재은의 성장이었다.

 

개인 사무실을 정리하고 게임회사 법률 자문으로 근무하는 선우는 회사 사장의 귀하신 막내 딸 가연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퇴근 후 잔업을 하게 된다.

직장 다니는 이들에겐 재앙 수준이다. 수당 없는 일거리라니!

아무튼 가연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선우는 친구인 하나를 만나달라는 가연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고 부탁대로 하나의 집에 찾아간다. 그러나 보안이 철저한 곳에 사는 하나를 만날 수 없었고…

따로 연락할 방법조차 없어 과거 함께 일한 적있는 재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 칼로 자르듯 뚝 끊어진 선우와 재은의 관계는 다시 한 번 이어지며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된다.

재은이 가진 사이코매트리라는 특별한 능력은 재은으로하여금 어린 시절부터 고립과 단절이라는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선우와 관계를 끊게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시 만난 이들은 삐걱대던 이전과 달리 서로의 선을 지키며 의뢰받은 일의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나가는데. 조사를 거듭할 수록 의뢰 받은 일이라서가 아닌 하나라는 아이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게 된다.

단순한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이 된 것.

선우나 재은은 쉽지 않은 어린 시절을 거치며 어른으로 컸다. 그랬기에 이들은 하나가 어른들의 이해라는 틈바구니에서 나쁜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선우나 재은의 행동은 과하다면 과해 보인다. 어쩌면 이들은 하나가 무사함을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과거에 받았던 타인의 선의를 조금이라도 하나에게도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됐다.

수사는 쉽지 않았지만, 착착 진행되었고 결국 하나가 무사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가슴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응어리가 풀리듯 선우와 재은의 관계 역시 편안한 사이가 된다.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재은은 자기 능력과 상관없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특별한 세상이 하나 더 늘어났고, 선우는 자신이 내보이고 싶지 않은 허물을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며 인정하는 어른이 되었다.

 

달빛 수사는 재은과 선우가 처음으로 함께 일했던 시기 맡았던 재심 사건과 현재 하나 실종 사건이 꽈배기처럼 교묘하게 교차하며 전개된다.

실마리를 하나, 하나 찾으며 나아가는 수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을 유발하며 다음을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라면 달빛으로 물든, 따스한 수사물 한 편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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