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으면 배가 고픕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주방신 들깨라파 (작가: 하늘소금,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11월, 조회 21

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체로 ‘전지전능한’ 신이나 인간보다는 ‘강력한 파워’를 지닌 존재를 떠올린다. 이 소설 <주방신 들깨라파>의 주방신인 들깨라파는 다르다. 집주인이 밥을 먹으면 그 밥의 영양분을 함께 먹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 신은 애석하게도 밥을 거의 먹지 않는 라유라라는 사람의 집으로 배정 받았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들깨라파에게 주어진 임무는 바로 ‘라유라 밥 먹이기’ 프로젝트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잔잔하게 미소를 띄게 하는데, 처음으로 집을 배정 받은 ‘초보’ 신 들깨라파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들깨라파가 배정받은 집의 주인 라유라는 철야 근무로 지쳐 있고, 밥을 먹는 행위 자체를 꺼려 한다. 알약과 물이 식사의 전부니 주방은 있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들깨라파는 처음에는 꿈에 들어가서 라유라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나 실패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의 냄새 ‘들깨’를 마구 뿌려서 식욕을 불러 일으키려 하나 역시 실패한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숨겨두겠다. 열심히 했는데도 좋은 성과가 돌아오지 않자 들깨라파는 할머니 댁으로 향하고, ‘조급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의미 있는 깨달음을 얻는다.

과연 들깨라파는 라유라에게 밥 한끼 먹일 수 있을까?

이 아기자기하면서도 따스한 질문을 따라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밥 한끼 따끈하게 집에서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될 테다. 기묘하게도 읽는 이의 코끝에도 들깨 냄새가 스치는 듯한 기분이 드니까. 나 역시 1인 가구로, 회사 일이 바빠서 집에 가면 평일에는 거의 밥을 먹지 않는다. 밖에서 외식을 하고 집에서는 물이나 단백질 드링크를 먹는 게 전부다. 이따금 주말에 집에 있을 때면 밥을 해 먹는데, 어제는 소고기에 비빔면까지 거하게 먹었다.

요리를 한다는 행위는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이나 배달음식에 몰두하는 현실이지만, 가끔은 밥 한끼 뜨끈하게 만들어서 나에게 대접하면 어떨까. 우리 집에 들깨라파가 살고 있다면, 주말에 이따금씩 배불리 먹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미안해졌다. 정확하게는 들깨라파라는 주방 신 보다도 나에 대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든다는 것, 정갈하게 놓아두고 한 입씩 먹는다는 것,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보살피며 ‘나’에게 먹거리를 대접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이어트다, 바쁜 일상이다 하면서 집밥을 거의 먹어 본 기억이 없는 당신이라면 한번쯤 이 소설을 읽어보길 권한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고, 내용이 아기자기한 편이라 금방 읽히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따스한 쌀밥 한 숟가락을 먹고 싶어지니까. 오늘 나는 사실, 흰쌀밥에 김치 그리고 계란 프라이와 스팩구이, 짭짤한 김을 한 상에 놓고 마음껏 먹고 싶은 기분이다. 다이어트로 인한 면역 저하 상태여서 그런지 더더욱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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