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혼식 전통문화인 ‘함진아비’
오징어를 가면처럼 쓴 신랑과 신랑 친구들이 신부의 집을 방문하며 “함 사세요.” 라고 소리치는 모습.
그 당시엔 우스꽝스럽게 걸어오는 신랑을 보며
‘결혼이 얼마나 행복하고 좋기에 저렇게 신났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반가운 손님이자 신랑인 함진아비가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얼마나 무섭고 소름끼칠까.
‘명량한 함진아비’ 작품은 아빠에게 말을 건네는 딸의 인사와 추억을 회상하는 목소리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화축동으로 이사 온 주인공은 옆집에 살고 있던 살가운 성격의 은이와 친한 친구가 된다.
주인공은 무섭고도 썰렁한 은이의 농담을 장난이라고 치부하며 넘어갔지만
어느 날, 길거리를 걷다 함진아비를 마주치게 되면서 농담이 아닌 무서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함진아비를 마주친 주인공에겐 과연 어떠한 사건이 벌어질까.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함진아비를 만났던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한 부분이었다.
‘앞집 처녀는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라고 말하며 흥겹게 노래 부르는 목소리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따라오는 머리 없는 몸뚱이의 춤 사위는
함진아비를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이 된 마냥 불안감과 두려움, 공포감이 파도가 되어 물밀 듯이 몰려온다.
은이는 주인공에게 지전을 줄 정도로 함진아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소름끼치는 함진아비의 모습을 한 사내는 과연 누구였을까.
단순히 화축동을 떠돌아다니는 귀신이었을까 자신의 신부가 되어줄 사람을 찾아온 미래의 남편이었을까.
은이 집 마당이 아닌 주인공 집 마당에서 함을 사겠다고 소리쳤다면 운명은 바뀌었을까.
이 작품을 읽고 가장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였다.
친한 친구에게만 알려주던 비밀이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 은이는 예상했을까.
그리고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버지는 은이에게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까.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한다는 ‘권선징악’ 이라는 단어가 있다.
나쁜 일을 저지르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죄는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힘들었던 과거, 원망, 불행 속에 살았던 은이의 마음속 복수가 성공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