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마을에서 펼쳐진 사건, 그리고 탐정 할머니와 조수 꼬마의 케미 ‘레모네이드 할머니’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레모네이드 할머니 (작가: 현이랑,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23년 9월, 조회 28

‘레모네이드 할머니’ 라는 제목만 보고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글이라 생각했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숨겨져 있던 엄청난 비밀과 반전에 입을 벌린 채 작품에 매료되었다.

 

치매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도란마을.

노인요양병원이지만 이곳엔 마트, 영화관, 공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편의시설의 직원들이 되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많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죽기 전 살고 싶을 만한 최적의 공간인 도란마을.

평화로운 이곳에서 어느 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비닐봉지 속의 죽어있는 아기.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 후 범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단서를 찾아나서는 탐정 레모네이드 할머니와

할머니 곁에서 따라다니는 꼬마 조수. 그 들은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글의 시점이었다.

[환장의 콤비]는 조수 꼬마의 시점, [여섯 살의 흰머리]는 꼬마의 엄마인 서이수 의사의 시점.

그리고 남자 직원과 원장 딸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글까지.

꼬마, 이혼녀, 여학생, 사회초년생 남자, 다른 나이의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쓴 글이지만

거듭 문장을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다.

특히 사회초년생 남자의 시점에서 표현한 ‘본인도 불편해 하던 거울에 비친 웃는 모습’ 은

사회생활에서 버티기 위한 한 사람의 발버둥, 그 무게를 감추기 위한 사회적인 가면이면서

이 삶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자신만의 자기최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은 생각해 볼만한 안건(?)이 많았다는 점이다.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노인 요양보호시설의 비리, 고위층의 부정부패 기사들을 볼 때 보다

작품에서 풀어낸 글을 마주했을 때 그 심각성과 허무함, 안타까운 감정과 느낌이 더 와 닿았다.

원장의 이기적인 욕심과 직원들을 사람 대 사람이 아닌 돈을 받는 존재로만 인식한 점,

부모님의 돈을 빼돌리기 위한 자녀들의 패륜과

청소년들의 일탈이라고 표현하기 벅찬 술, 담배, 마약, 그리고 임신까지.

이러한 일들이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고 현실세상이 더 잔인하고 무섭기 때문에

작품 속 내용이 더욱 공감되지 않았을까.

 

다양한 등장인물 중 가장 평범하지만 용감하다고 생각된 인물은 서이수 의사다.

‘내가 서이수 의사였다면 이 비리를 자신 있게 밝힐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고용주인 원장에게 자신 있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아들을 누구보다 믿고 사랑하며 잘못된 사건을 밝히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 아닐까.

너의 상황을 잘 알 순 없지만 넌 잘못한 게 없다는 진실을 전해준 레모네이드 할머니와

엄마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할머니를 의지하고 따른 꼬마.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이었을 수 있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감정은 어느 무엇보다 크고 값지다.

 

도란마을에서 생활했던 치매 어르신들은 어디에서 남은 생을 지내고 있을까.

서이수 의사와 꼬마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갈까.

남자 직원은 사회적 가면이었던 자신의 웃는 모습을 벗고 본인의 진짜 모습을 찾았을까.

아버지의 복수를 성공한 원장의 딸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천국에서 이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의 들었을까.

 

통쾌한 마무리가 빨리 끝나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장편이다 보니 등장인물들과 배경, 그 안에서 장면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이해가 잘 되었고

내용이 탄탄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던 ‘레모네이드 할머니’

정주행하기 좋은 작품으로 매우 추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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