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전 – 사실과 다르게 전함.
첫 문장에선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제목과의 연관성은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기묘하고도 안타까운, 흥미로움과 재미가 공존해 다양한 감정들이 막 쏟아져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멜로였던 두 사람과의 관계는 어느 순간 미스테리로 장르가 바뀌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거 정말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전설은 아닐까?’ 라고 생각할 만큼 빠져든 채 읽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나나세는 어느 날 남주인공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어부와 그의 아들을 구해주는 대신 딸과 짝지어 달라는 주꾸미의 약조.
그리고 ‘구월의 이-다코만 조심하면 괜찮다.’ 는 말과 함께.
그로 인해 부부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9월엔 주꾸미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 나나세의 말을 남주인공은
처음엔 신경이 쓰였지만 9월 식탁에 주꾸미가 올라오지 않더라도 투정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시간이 흘러 9월, 어느 날 남주인공은 동료와의 식사자리에서 주꾸미 음식을 먹게 되었고
집에 돌아가 나나세의 유혹에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나나세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나나세를 찾기 위해 간 나나세의 고향에서 두 노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나나세가 들려줬던 이야기와
비슷하도고 달랐다.
신기를 얻기 위해 어린 남자를 홀려 용해 왕께 받쳤고 동네 사람들에 의해 몸에 불이 붙은 채 바위산 쪽으로
달아난 떠돌이 이다코, 그리고 ‘구원의 이다코만 조심하면 괜찮다.’ 는 스님의 말.
과연, 나나세와 두 노인의 말 중 어느 것이 진실일까?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탐정이 된 것 마냥 들려준 이야기와 주인공과의 상관관계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남주인공은 바위산에서 찾아낸 어부의 아들일까?
그럼 나나세는 떠돌이 이다코였을까 아님 이다코 뱃속에 있던 딸이었을까, 아님 주꾸미의 자식이었을까.
9월에 주꾸미를 먹는 행위는 나나세에게 어떤 의미이고
나나세를 찾기 위해 마을에 찾아간 남주인공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 후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이 상황.
원한을 맺은 무당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구원의 이다코는 이러한 상황이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을까,
9월엔 주꾸미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 나나세의 말을 어긴 남주인공을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하다.
나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생각할 여지를 남기며 깊은 여운을 주는 ‘열릴 결말’ 같은 이 작품을
더 많은 독자님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