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님, 그간 오래 격조했습니다. 여러 일들을 헤치고 이제서야 아껴둔 작품을 꺼내 읽는 마음이 꽤나 감개무량하네요. 이번 작품도 언제나 그렇듯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정말로 찰나를 이어붙여 만든 영원이네요.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라는 말은 칼 세이건의 말로 처음 알았던 이야기인데, 언제 들어도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들이 현실에 쌓여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우주단위에서 보면 모든 것은 재활용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걸까 생각하면 조금 웃음도 나고요.
이전에 읽었던 어떤 이야기에서 세상의 모든 존재는 사실 전부 ‘나’다 라는 게 있었는데 그게 어렴풋 생각나기도 하네요. 원자 단위로 보면 우주 전체가 사실은 모두 같은 영혼을 지니고 있게 될까요?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다르게 와닿는 기분입니다.
영희 씨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우주선에 돌진한 주인공. 모든 것이 재활용이 되는 우주에서 어쩌면 의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희생이었지만, 인류 전체의 터전이 사라진다면 적어도 영희 씨의 세계는 계속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75분의 1초마다 백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75분의 1초마다 시시각각 지구로 낙하할 우주선을 막아낼 방도는 분명 전체 시스템도 없었겠죠.
다른 의미에서 찰나의 존재인 인간이 전체 시스템을 이어가게 만들었다는 느낌도 들어서 이야기가 한번 더 연결되는 느낌이 듭니다. 제 개인적인 망상이지만 안내자로서 영희 씨와 대화하는 화자도 언젠가 스스로 시스템을 도와주기 위해 남은 원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메인 시스템의 효율만을 원했더라면 일일히 사람들의 질문에 답할 필요도 없이 바로 윤회가 돌아가게 만들었다면 되었을텐데, 전에 비해 짧아졌다 한들 산책이라는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세상을 위해, 그곳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내어준 이들이나 할 법한 행동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애초에 몇개 쯤 덜어내고 쾌적하게 지내는 대신, 모든 것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다시 시작하는 시스템의 아이들이니 당연한 걸까요? 작중에서 말했듯 우리는 늘 서로의 찰나를 이어붙여가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각박해보이는 세상도 다정하게 느껴지는 마법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이야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럼 몸과 마음 모두 건강히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