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으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뻗어가고 있을 때 문자가 하나 툭
누군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문자, 그 누군가는 바로 나다. 불특정 인물이 목을 조르는 상황을 느끼고, 어머니와 함께 갔던 교회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갔다. 장례식장엔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아버지 외에 손님이 오지 않았다. 그것또한 불효라 생각하는찰나 아버지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아버지의 폭력과 그에 시달려야만 했던 어머니 그리고 나. 장례식을 마치고 오랜만에 고향에 발을 딛는다. 고향에서 오묘한 감정들을 느끼다, 동창인 곽상철의 전화를 받게 된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삼총사 중 한명이었던 준수의 죽음에 대해 알게된다. 자살이라고 결론지어졌지만, 상철은 믿지않는다. 그럴리가 없다고, 타살일 것이라고. 상철이 용의자 선상에 둔 건 두명: 나와 박영희. 나와 대화를 나누던 상철은 나가 사람을 죽일만한 인물이 못 된다며 용의선상에서 배제시키고, 박영희를 더욱 더 의심한다. 상철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생각과 다른 촉을 따라 집에 돌아가다 상철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박영희, 상철의 의심은 명확한 현실이 되었고 과거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잊고 있었던 중학생 때의 일들이 떠오르고 큰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중학생 때의 미궁은 출생의 미궁까지 끄집어내고 순간순간 스쳐갔던 장면들이 하나 둘 기억나기 시작한다. 의학적인 도움을 받았어도, 수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 결국 한 번 다 나를 확 끌어가야 끝이 나는 그런 미궁들.
미궁은 끝이 없다. 한 번 스스로에게 각인된 그 장면은 다른 장면들에 의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져가는 듯 보여도 그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더라도 문득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 미궁의 끝은 없기에 그것을 회피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회피하려 애써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고 회피한만큼 더욱 더 괴롭다. 내 치부를 즉시하는 것 같아 고통스럽고 외로운 과정이지만 앞으로의 나날들을 위해 미궁을 잘 마주하는 방법들을 배워야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