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미련없이 버려야 할 때(時)가 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때(時) (작가: 천가을,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7년 6월, 조회 47

한동안 목욕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미련 때문이라 말하는 나.

너와 함께 한 숱한 추억들이 시간과 함께 내 몸에, 내 마음에, 내 심장에 쌓이고 또 쌓이고 쌓여있는데

어떻게 흐르는 물줄기에 그 모든 것들을 씻은 듯 씻겨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미련이라는 성에 갇혀, 시간의 굴레에 갇혀 나는 점점 더 많은 미련들을 내 몸에 쌓고 또 쌓았다.

그러다 그 무게에 짓눌려 결국 한동안 가지 않았던 목욕탕에 들러 세신사에게 몸을 맡기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

세신사의 손길에 따라 피부를 덮고 있던 묵은 각질과 때가 허옇게 벗겨 나갈 때마다

너와 함께 울고 웃었던 그 묵은 시간들의 더께도 하나씩 하나씩 씻겨나갔다.

때와 묵은 각질이 밀려 나갈 때마다 피부는 발갛게 달아오르고, 아픔과 고통이 수반되지만

결국 뽀얗고 하얀 새살결을 보게 되고, 가벼움과 상쾌함이 남는다.

비로소 자신의 새로운 때(時)를 만나게 된 나.

때(時)가 모여 시간을 이루고, 시간이 흘러 때가 쌓인다.

쌓인 때를 벗겨내지 않으면 찐득찐득하게 뭉쳐버린 때 덩어리 속에 자신의 모습이
사라져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묵은 때를 밀기 위해 목욕탕에 찾아온다.
좋은 추억, 나쁜 기억, 모두 물 속에서 불리고 뜨거운 증기로 승화시킨다. 그건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때로는 가슴이 턱 막히고, 때로는 쓰라리다. 하지만 층층이 쌓여 어느새 무거워진 시간들을 모조리 벗겨낸 뒤에는,
가벼움과 상쾌함이 남는다. 반가운 내 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플 땐 참지 말고 아프다고 말해주세요. 살살 할 수도 있으니까.”

때(時)라는 주제를 가지고 중의적 표현을 통해 이별의 아픔을, 미련을 극복하여 새로운 때(時)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로

참으로 인상깊게 읽은 작품이다. 누구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미련의 더께를 짊어지고 살았던 적이 있거나

살아가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와 함께 울고, 웃고 했던 그 모든 추억들.

이미 사랑은 끝났고, 미련만 남았는데,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해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했던 시간들.

온전히 절망과 미련의 성에 나 자신을 가둬두고, 애꿎은 시간만 탓했던 순간들.

두렵고 아파도 가끔은 미련없이 버려야 할 때가 있는데, 그래야 그 자리에 새살이 돋고, 새로운 때가

돌아옴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시간들.

이제는 다 지나간 시간들이고, 순간들이기에 이야기 속 주인공이 마지막에 느꼈던 그 상쾌함과 가벼움이

어떤 느낌인지 알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추억과 미련의 시간 속에 함몰 된 당자에게는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나고 추억과 미련의 더께가 무거워져

더이상 짊어질 수 없음을 깨닫기 전까지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앞으로의 내 삶에 밑거름이 될 것이고,

새롭게 도래 할 새로운 때(時), 더 좋은 시절은 반드시 있다는 것, 용기를 갖고 어두운 터널을 걷다보면

반드시 빛은 어둠을 밝힐 것이기에, 슬픔에서 벗어나 묵은 때를, 묵은 시간을 미련없이

흘려보내길…. 그 누구보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