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택하는 데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단 분량이 짧았고,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웃겨봐요, 울어줄 테니’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만큼의 강렬한 소설은 아니었다. 허나, 퇴근길에 지친 상태로 스윽 꺼내보기에 딱 좋을 만큼 부담 없는, 짧은 길이 속에 완성도를 갖춘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서사는 단순하다. 혁수를 비롯한 아이들이 버려진 집 안에 앉아서 한 명씩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이 공포담 게임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어여쁜 여자애, 수연이와 잘 수 있어서다. 이들은 떨을 나눠 피면서 농담을 따먹듯 공포썰 풀기 대결을 펼치는데, 꽤나 쫄깃하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끝판왕’이 등장하면서 서늘하게 굳어버린다.
스포가 될까봐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그 ‘끝판왕’이란, 공간에 함께 있었지만 누구도 ‘이름’을 모르는 ‘여자애’다.
–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여자애가 입을 열자마자 거실 기온이 한순간 내려가는 듯한 기분에 아이들은 동요한다. 뭔가 께름칙한 기분에 혁수가 자기가 가져온 부적, 염주, 십자가를 꺼내보지만 ‘여자애’ 앞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바로 ‘쓸모 없어진 것’들에 대한 것을 여자애의 대사를 통해 가볍게, 그러니 묵직하게 전달하는 지점이 좋았다.
– 그것도 소용없어. 아까 내가 염주 알 개수를 바꾸어 놨거든.
뭐, 이런 거다.
하지만 짧은 분량이어서 그런지 이 뒷내용이 좀 맥빠진 부분이 아쉬웠다. 여자애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분위기를 띄워보지만, 아이들은 이미 심각해진 이유고… 서로서로 떨을 나눠 피면서 기묘한 분위기 속에 휘말리는 데서 끝나기 때문이다. 옆자리 여자애가 귀신인지, 사람인지는 ‘물음표’의 영역에 있다. 아무도 모르고,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짐작되지 않는 상태로 소설은 끝난다.
아쉬운 점은 또 하나 있다. 맨마지막에 던지는 누군가의 대사 “왜 그래 진짜. 미안하게. 그래! 우리 웃기는 이야기로 다시 대결하자. 아직 밤은 길잖아? 재미있고 웃기는 이야기. 누구부터 할래?” 이건 누구의 말일까. 맥락상 옆자리 여자애의 말인가 싶기도 한데, 바로 앞에서 옆자리 여자애한테 떨을 건네주는 내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린다는 게 나와서 좀 튀게 느껴진다. 갑자기 여자애가 말을 던진다는 기분이 든달까. 그리고 그 뒤에 한 줄, 어쩌면 나는 사랑에 빠진 건지도 모르겠다… 이거는 여러번 읽었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무드 형성이나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좋았다. 그에 반해 결말에서 힘이 너무 빠진 느낌이 아쉬웠다. 조금 더 쓰여진다면 어떨까. 그저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이었거나, 심심해서 애들을 골리러 놀러온 귀신이었을까. 이 두 가지 선택지 안에서 혼란스러워하게끔 작가가 의도한 걸까. 알 수 없지만… 너무도 끌렸던 제목 <웃겨봐요, 울어줄 테니>와 이 소설이 통하는 바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 제목이 전체를 관통하는 소설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