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사의 문진처럼 순간을 굳혀 만든.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마야의 날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seal, 23년 2월, 조회 28

‘마야의 날’은 마야를 화자로 짧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야는 ‘신’인 멜리사를 이렇게 표현한다.

거대하고도 전능한 룸메이트’ 

멜리사는 ‘나’에게 이름을 붙어주었다.

‘현상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  이란 뜻을 가진 ‘마야’

 

‘거대하고도 전능한 신과 그 신을 움직이는 원동력.’

이것이 멜리사와 마야의 관계이지만, 마야가 생각하는 둘의 관계는 수평적이지 못하다. 마야는 멜리사에게 질투를 느낀다.

자신과 같이 있음에도 어딘가 심심해 보이는 멜리사의 모습에서, 그리고 문진 만들기에 열중하며 점점 자신보다 좋아하는 취미에 빠진 멜리사의 모습에서, 마야는 자신이라는 존재는 잊혀지고 작아지는 것 같아 서운하다. 서운한 마야가 선택한 일은 멜리사가 아끼던 것(문진)을 깨부수는 일이다.

어느 날, 멜리사가 마야를 부르자 마야는 긴장한다. 멜리사는 전능한 신이고, 자신은 멜리사가 만든 보잘것없는 존재이기에.

자신이 망가뜨린 문진처럼, 멜리사가 자신을 문진으로 만들어버리거나,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로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멜리사는 그런 마야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마야의 생일을 축하해준다. 그동안 멜리사가 만들던 것은 모두 마야에게 선물하기 위한 연습이었다.

멜리사는 마야의 손 크기에 꼭 맞는, 마야만을 위한 문진을 만들어 선물한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감히 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말.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으며, 오랜 시간을 함께한 소중한 존재의 마음을, 우리는 잘 헤아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하고 자신이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크면 클수록 못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버림받고 상처받을까봐 두렵다.

상대방의 존재는 거대해 보이고 그 앞에 자신의 존재는 초라해 보인다.

멜리사 : “11월이라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어”

마야 : “너에게 시간은 의미 없는 거잖아?”

‘신’인 멜리사에게 시간은 의미가 없다.

멜리사는 마야에게 말한다.

멜리사 : “그래도 네게는 시간이 존재하잖니.”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이 상대방으로 인해 의미가 만들어진다.

사랑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의미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고 (현상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 ‘마야’)

의미 없던 것은 의미를 갖게 된다. (신과 같은 존재. ‘멜리사’)

‘마야의 날’을 쓴 작가 담장은

멜리사의 문진처럼

그런 사랑의 찰나의 순간을 소설로 만들어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인 소중한 독자에게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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