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다시 온 걸 환영해. 감상

대상작품: 부활의 집 (작가: 박소해,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22년 11월, 조회 31

2년 전, 위암 4기를 선고 받은 승연은 막 세 살이 된 외동아들을 두고 죽을 수는 없다는 마음에 암과 전쟁을 벌였다. 모든 항암제를 다 맞았고, 임상실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년 만에 담당의가 암과의 전쟁에서 패배를 선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완화의료뿐이었고, 기대수명 6개월 미만 환자를 주로 받는 도시 외과의 호스피에 가게 된다. 다섯 살 아들에게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한두 달 만이라도 약으로 통증을 조절하며 아들을 위한 마지막 그림책 작업을 끝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착한 평화 호스피스는 좀 낡았지만 원장이 유명인사라 운영이 잘 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도착한 첫 날부터 으슬으슬한 오한과 귓속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리는 이명 증상에 시달린다. 게다가  친절한 젊은 남자 간호사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게 되고, 며칠 뒤에는 그 간호사와 원장이 모종의 관계를 맺는 장면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로 인해 그와 호스피스의 비밀에 대해 점차 알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물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오컬트적인 분위기와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적절히 섞어 가독성 있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초반에 그림책 작가인 승연이 태블릿으로 작업을 하다 깜박 잠이 든 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림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바뀐 그림책 속 스토리도 오싹했고, 그것이 현실에서 승연이 꾸는 악몽과 이명 증상과 연결되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병실에 있던 미옥 언니가 죽은 뒤 승연에게 신호를 보내는 장면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긴 하지만 꽤 인상적이었다. 두 장면 모두 시각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듯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영상물이었다면 더 오싹했을 것 같다. 물론 상상하게 만들어서 무서워지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잘 쓰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분량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많았더라도 한 번에 끝까지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나다. 초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공포물적인 요소들이 후반부에 너무 갑작스럽게 결말로 흐른 것 같아 분량이 더 많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 것도 있었고 말이다. 구구절절 썼지만, 중요한 것은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거다. 지루한 이야기는 딱 질색이라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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