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장치만 있었어도 감상

대상작품: 앨리게이터 (작가: 전건우 출판, 작품정보)
리뷰어: 뇌빌, 11월 17일, 조회 17

(한정판이라길래 :tears-joy: )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세트를 사서 읽고 리뷰도 남겨 봅니다.

 

분명 한국 배경에 한국 인물인데 어떻게 앨리게이터라는 제목의 공포 소설이 되는 걸까 궁금했는데, 주인공과 어머니를 괴롭히러 온 남자를 그렇게 부른 것이었어요. 사납고 포악한 악어. 손만 빼고 전신이 마비되어 침대에 누운 처지에 어머니 혼자 돌보는 것부터 무척 막막한데, 그런 처지의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나타난 존재입니다. 심지어 숨길 필요도 없다 싶었는지 전에 저지른 살인까지 막 털어놓지요. 참회나 반성은 전혀 아니고 자기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으니 조롱, 협박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안 그래도 사고와 어머니의 돌봄에 후회 가득한 화자에게 처절한 절망과 분노를 주는 셈이지요.

여느때처럼 어머니를 때리고 :mad: 괴롭히던 악당이 아들에 대한 모욕까지 늘어놓자 어머니도 더는 참지 못하고 반격하는데 아뿔싸 그만 먼저 당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힘을 내서 앨리게이터 악당의 목숨도 위태롭게 하는데, 누워 있는 아들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한 채로 아주 극적인 자연재해까지 덮치게 되죠. (홍수만큼이나 위협적인 자연재해는 시궁쥐인 것 같습니다 :loudly-crying: )

아주 긴박하고 쫀득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그래서 중편 모듬의 첫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스릴러인 링컨 라임 시리즈가 생각 나기도 했는데요. 그쪽은 똑같이 누워 있어도 스스로 뛰어난 법의학자인 데다 전문 간호사, 경찰, FBI 등 조력자들이 든든했는데 그렇지 못한 주인공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무엇보다 침대에 비상 장치만 있었어도… 구급신호를 보내는 것까진 어려워도 자동차 경적 소리 정도만 낼 수 있는 장치가 침대에 있었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 궁금했어요. 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무척 긴 무서운 시간을 이렇게 읽고 느낄 기회가 없었을까요? :tears-joy: 고립된 상황의 공포와 긴장이 느껴졌던 영화들도 떠올랐는데 그만큼 감각적인 묘사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대로 끝나면 너무 허무하고 화나겠다 싶은 상황에 용기와 우연, 자연의 도움이 겹치며 끝내 이겨내 후련했고 마치 악어를 만났지만 생존한 사람처럼,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지 않았을까 응원을 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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