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의 매력 감상

대상작품: 미니픽션시리즈 (작가: 인완, 작품정보)
리뷰어: 홍윤표, 22년 11월, 조회 23

짧은 이야기의 시대다. 나폴리탄 괴담은 짧은 분량 안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추구하고, 1분도 안되는 숏폼 영상이 주류가 된 지 오래다.

이 작품은 72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연작 소설이다. 괴담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제각각 시대와 공간 배경이 다른 다양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느 이야기를 꺼내 읽어도 무방한데, 신기한 점은 거의 모든 작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공포가 대부분이지만 적잖은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도 많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무리하게 교훈을 주려 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려 하지 않는, 적당히 담담한 어조도 무척 매력적이다.

이 연작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이야기의 말미에 달려있는 한 장의 그림이다. 이야기의 분위기와 찰떡처럼 어울리는 그림이 거의 매회 달려 있다(그림이 없는 이야기들도 있긴 하다).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다가 섬뜩한 그림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그림들은 이 연작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아무래도 짧은 분량 안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에 반전을 심어 놓은 것이다. 사실, 기발한 반전도 있지만 평이하고 예측 가능한 반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전의 패턴이 비슷한 작품들도 다수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다음 화를 볼 수 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전설의 고향 풍의 고전적인 이야기가 있는 반면, 현대 괴담도 섞여 있고, 포의 공포 단편소설들 같은 고딕풍의 작품들도 더러 눈에 띈다. 그리고 작가님은 각각의 이야기 스타일에 맞는 대사와 문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렇게 짧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한결같은 완성도를 보이는 데에는 이런 작가님의 탄탄한 실력 덕분일 테다.

짧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권한다. 주의할 건, 스크롤을 막 내리다가 흠칫 놀랄 수도 있다는 점. 조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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