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소등 모음집) – 취생몽사(醉生夢死)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소로리, 22년 9월, 조회 47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 당시의 이야기.

프리드리히 대왕은 당시 구황작물로 신세계에서 건너 온 감자를 밀어주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 사람들은 감자를 기피하였다고 합니다. 원래 없던 것이고, 괴상하게 생겼고, 독이 있을 것 같고(실제로 감자에 싹이 난 부분에 독성이 있죠)…

해서 악마의 작물 내지는 독극물 정도로 취급되어 아무도 먹지 않으려고 하니, 왕이 꾀를 내어 감자는 오로지 귀족만 먹을 수 있도다! 라고 선언한 뒤 감자밭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근위병을 보내 경계를 서게 했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들의 심리를 응용한 것인데 실제로 매우 효과가 탁월하여, 왕이 훔쳐가면 가만 안 두겠다고 엄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음을 틈타 사람들이 죄다 몰려가서는 싹을 뽑아다 자기 텃밭에 심어댄 덕분에, 이후 독일 전체에 감자가 널리 퍼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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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다루는 취생몽사

란 것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딱히 이런 쪽으로 빠질 유인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 스스로 위험 속으로 몸을 던지고, 그것에 탐닉한 끝에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됩니다.

사실 그 맛의 재현 만이라면 이미 완벽하게 재현이 가능한 시대임에도, 굳이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술에 대한 욕망은 단순히 그 맛의 효과뿐만이 아닌 자기파괴적인 면, 나아가 금지된 것을 탐닉하는 데에서 오는 자극적인 쾌감에 그 핵심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주인공 성식 뿐만이 아닌, 높으신 분들이 노린 취생몽사의 진정한 목적

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되는데,

어떠한 맛이건 간에 재현이 가능한 시대인만큼, 높으신 분들이라면 그 맛의 100% 재현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임에도(심지어 원한다면 뭐든 기억의 맛 재현이 아닌 옛날 방식 그대로 실제 맛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50여번이나 맛을 보면서도 여전히 데이터정리가 안되었다 말하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맛보고 또한 갈구하고자 하는 것이 맛이 아닌 금기를 범하는 것에서 오는 자극적인 쾌감에 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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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예는 과거로부터 참으로 많고도 많아, 이것이 일부에 한정된 사례가 아닌 인류 공통의 특징이라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멀리로는 선악과로부터, 가까이로는 펜타닐이 있겠죠) 그래서 이제는 다들 그러한 금지된 것에 대한 소망이 가져다주는 결말은 아주 잘 알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길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넣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한 가닥 얇은 줄에 매달려서는, 아래로는 독사들이 또아리를 틀고 위로는 말벌들이 위협적으로 윙윙거리는데, 그 와중에 말벌집에서 떨어져내린 꿀 한 방울을 맛본 순간, 전심으로 혀를 내밀어 한 방울이라도 더 맛보려하는 것이 옛 성현이 지적한(그리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인간의 본능인지라,

오늘 이런 글을 보더라도 어차피 내일 다시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저 포함)사람이다보니 그저 떨어지는 순간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혓바닥에 닿을 다음 꿀방울은 조금이라도 더 달았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이상 만고의 진리에 SF적 소재를 결합하여 잘 녹여내었다 생각되는 취생몽사 감상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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