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스산하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이 만만찮게 다가온다. 냉동쌀 작가님이 쓴 <아가씨의 정원>은 스산스러운 날씨에 부는 바람과 같다. 결이 곱지 않지만 서서히 색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처럼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외딴 저택에서 홀로 연구를 진행하는 여자사람 과학자와 그를 후원한 남자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찾기도 힘든 곳에서 그는 그녀의 초대에 응하며 왔다.
잔잔하지만 점잖은 배경의 두 사람의 이야기. 저 멀리 붉은 지붕 안에 사는 사람과 그곳을 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마치 누군가의 요새를 찾아가듯 당도한 그곳에서 두 사람은 통성명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눈다. 조용하면서도 단아하게. 처음에는 조금 밋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긴장감이 들지 않았다. 그 어느 것도 긴장되는 것 없는 배경과 인물이었기에.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떠올랐던 긴장감이 다시금 피어 오른다. 이 작품을 픽 했던 이유는 단연 제목이었고, 다음은 장르. ‘드디어 긴장 할 때가 되었어.’ 하며 그가 넘기는 고기와 음료를 차근차근 쳐다보며 글을 읽어나간다. 안 먹었으면 하는 바램이 도는 순간 에드워드의 신사같은 행동이 순간적으로 뒤바뀐다. 안돼~~~하는 순간 그는 금수같은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그가 먹었던 음식물과 독배의 흔적은 점점 그의 몸에 퍼져 나간다. 더불어 붉은 지붕 위에 뾰족하게 세운 첨탑이 우르르쾅쾅 내리친다. 점점 더 셰도우를 세게 칠한 느낌이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인물이 변하고, 상황이 변모한다. 기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움찔했다.
무서운 영화를 못 보지만 순간적으로 허를 찌르는 이야기는 짜릿하다. 짧지만 다채로운 색깔로 그려내는 이야기는 산뜻하다. 조금 더 길게 봤으면 좋겠다. 다층적으로 그려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미궁에 쌓일만큼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