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면서 꿈을 꾼다.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꿈을 꿀 때도 있고,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게 현실로 이루어지는 꿈을 꿀 때도 있고, 태몽을 꿀 때도 있고, 쉽게 믿기는 어렵지만 예지몽이나 자각몽을 꿀 때도 있다. 그리고 잘 때마다 수십 개의 꿈을 꾼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잠에서 깨면 꿈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선명하게 남은 꿈은 우리가 수없이 꾸는 꿈들 중 극히 일부이며, 거기에 예지몽이니 태몽이니 하고 이름을 붙이곤 한다.
꿈은 영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이리저리 무질서하게 뒤섞여서 그런 것일까? 꿈에서는 다양한 생각이 찰나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냥 흘려버리거나 잊어버린다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겠지만, 그 작은 영감을 잘 포착만 한다면 인생을 바꿀 변화를 겪을 수 있다거나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초석이 된다거나 할 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도 ‘나’가 꿈에서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얻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실과 꿈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점이 바로 이 소설을 즐기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읽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진짜 꿈에서 읽은 이야기인지, 내가 직접 벌인 일인지, 내가 제 3의 인물로 사건에 관계되었던 일인지, 아니면 내가 과거에 썼던 소설을 꿈에서 읽은 이야기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형사가 되고 싶었다. 아니면 탐정이거나. 나는 시체를 볼 일이 없었고 내 주변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소설을 썼다.
라는 문장만 보면 단순히 내가 과거에 썼던 소설을 꿈으로 꾼 것 같았는데, 너무 명확하게 소설이라고 말을 하니 오히려 의심이 드는 것이다.
제가 쓴 글이죠. 온갖 사기와 술수가 가득한 글.
특히 이 문장때문에 나는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를 못하겠다. 화자가 정말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내가 저지른 범죄를 소설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망상증 살인범일 수도 있고, 진짜 순수하게 취미로 소설을 쓰는 일반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일 수도 있고. 내가 너무 꼬아서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 읽으면 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꿈 속에서 읽은 이야기라고 하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해보는 건 잘못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제시하는 꿈과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흐릿하니 독자가 읽으며 본인의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것도 감상의 묘미가 아닐까.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마다 다 다른 법이고, 독자에 따라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법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이 단편이라는 것이다. 뼈대를 구성하고 살을 조금만 붙이면 재밌는 장편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이 형사라고 망상하는 살인범이라거나, 아니면 과거의 습작을 꿈에서 만나면서 이상한 사건과 맞닥뜨리는 일반인이라거나, 아니면 형사일을 하는 틈틈이 소설을 투고하는데 그 소설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당황하는 형사라거나 등등. (내가 너무 나갔나?)
작가님이 언젠가는 개정판을 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