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哀悼)의 여정―침몰한 양말과 트럭, 그리고 당신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베를린까지 320킬로미터 (작가: 이준,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2년 4월, 조회 114

추모는 한 사람을 보내는 동시에 기억하는 행위다. 어떤 사람은 국화와 리본 같은 물건으로, 어떤 사람은 투쟁과 연대라는 행위로, 어떤 사람은 기억하거나 생존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기린다. 세상에는 수십 수백억 개의 삶이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존재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갈래의 추모가 있었다. 사물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우리가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노라고 말하는 그것이 때로 마냥 슬프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곁에 없다는 것,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가슴아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였다.

이런저런 추모의 형태를 글로 만날 때가 있다. 시로, 소설로, 수필로. 대체로 먹먹하고 안타깝다가 끝내는 슬프다. 하얀색으로 끈질기게 연결되는 여기 이 의문의 죽음도 그러하다. 생뚱맞게도 우리는 지금부터 ‘양말’이라는 물건으로 추모 의식을 치를 것이다. 그 양말은 어떤 사람의 발이었다가, 수몰된 트럭이 되었다가, 자전거였다가, 히치하이커가 될 것이다. 이게 무슨 조합인지는 몰라도, 본래 인간의 삶이란 부조화의 연속이려니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한 사람이 무사히 사후에 닿을 수 있도록 빌어주기 위해서는 그의 삶과 가장 ‘닮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 우리의 추모는 새하얀 양말에서 시작해보자.

그 양말의 주인은 종종 맨발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북독일인은 추위를 느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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