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제의 여왕은 이 단편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이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동력이며, 배경을 둘러싼 비밀의 근간이기도 하다. 그런 가장 흥미로워야 할 설정이 다소 빈약하다 보니 이야기 전체가 추진력을 잃고 만다.
호러 장르에서 설정의 짜임새는 중요한 요소다. 왜 인물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지, 왜 특정한 상황이 조성되었는 지를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은 배경을 받아들이고, 인물들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만월제의 여왕이라는 설정은 그 부분에서 다소 약점을 보인다. 왜 주인공은 그 지위를 그렇게도 동경하는가?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아이돌이 되거나, SNS 스타가 되는 것처럼 오늘날 사회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직종이 매우 많다. 그런 환경이기에 주인공이 만월제의 여왕에 집착한다는 설정은 납득 가능한 설명이 요구된다.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국 당위성의 부족함을 느낀 탓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작중 교장의 말은 만월제의 여왕을 시대 착오적이라 여기는 분위기가 학교에 깔려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애초에 만월제의 여왕에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 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유독 그 자리에 집착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애초에 그 지위를 의심하는데 만월제의 여왕이 된다 한들 존경과 이목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고, 이 인식을 굽힐 만한 상황이 제시되지 않은 탓에 긴장감이 끊어진 채로 글을 읽게 된 것 같다.
설정을 보충하기 위해서 저자는 몇몇 문장으로 설명을 추가하긴 한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아이돌이 많이 배출되었다거나, 학생들이 만월제의 여왕을 동경한다거나. 다만, 스쳐 지나가듯 제시되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런 요소들을 단순한 설명문이 아닌, 묘사로 표현했다면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때론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정이 더 많은 것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특히나 호러 장르의 경우, 문체와 분위기가 작품의 아이덴티티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전반에 깔린 분위기나 학생들의 행동을 설명문이 아닌, 보여주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보다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예를 들면 교고쿠 나츠히코는 <무당거미의 이치>의 일부분에서 인물들이 다니는 특수한 학교의 폐쇄성과 특수성을 대화와 문체를 활용하여 강조한다. 학교 내부에 깔린 분위기를 묘사하는 문체는 그 작품의 개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읽는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설명보다 효과적인 전달 수단을 채택했다면 몰입감이 더 강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작품의 주제인 사춘기 시절의 과잉은 그 수위가 미약했던 것 같다. 미에 대한 집착이나, 교내의 특정 지위를 둘러싼 갈등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사용된 설정이다. 해당 주제를 아주 과하게 표현한 작품은 이미 수두룩하다. 예를 들면 이토 준지는 <소용돌이>에서 미를 둘러싼 학생들 간의 질투와 다툼을 과하고, 또 괴기하게 그려낸 바 있다. 그게 이미 20년도 더 전에 나온 작품이다. 고어나, 폭력적인 묘사가 저자가 목표로 삼는 지점이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설정이 다소 평이한 만큼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인물의 내면을 좀 더 과하게 표현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욕망에 사로 잡혀 있는 인물의 마음 속이라고 하기엔 지아의 마음 속은 다소 평이하다. 그렇다보니 호러 장르임에도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평이한 굴곡으로 그려 나가기엔 아쉽게도 소재가 낡았다.
흔하게 반복된 설정을 다룰 경우 문체나 인물을 활용해 작품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편이기에 이야기를 쌓을 지면이 부족했을 테지만, 그 부분이 결국 독자의 발목을 붙잡고 마는 것 같다.
채찍질만 담은 비평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신본격이나 고딕 호러 작품을 좋아해서 그 부분은 취향에 딱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