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 작가님의 작품 <아이(i)>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현재 연재중인 작품이고, 16회까지 쓰여진 소설이다. 제목이 심플하고 작품 소개를 읽고 나서 이야기가 궁금해 <아이(i)>를 읽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하며 읽게 된 <아이(i)>는 마치 뫼비우스 띠 같았다. 프롤로그에 소개된 ‘나’의 등장은 나의 또다른 나, 나, 나를 이루는 구성요소이고 다중인격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사이라고 공표하는 ‘나’가 궁금했다. 프롤로그를 지나 2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방랑자이자 방문자라고 말하는 녹템트가 성을 두드리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문을 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서는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마치 해리포터를 통해 호그와트로 들어오는 것처럼 성의 이미지나 층을 넘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마구마구 열거된다. 그들의 이름과 그들을 둘러싼 사물과 동식물들의 이름들은 우리가 들어본 것과 다른 이름들로 일컫어진다. 구불구불 이어진 층의 세계에서 만난 아이와 소녀, 여자들의 이름 속에서 그는 다양한 공감과 이야기들을 채워나간다.
판타지 요소가 묻어나는 동시에 파바박하고 바뀌는 마법의 세계가 아닌 조용히, 은밀하게 그들의 의식세계를 넘어간다. 마치 침입자가 낯선 세계의 성으로 들어가 층고 하나하나를 둘러보며 그들의 숨소리까지 살피듯이. 그러나 그 세계의 이야기의 끝에 다다라 선 것은 검은 것, 혹은 흰 색을 뜻하는 ‘죽음’이다. 사자로서 그들에게 온 것인지 아니면 그들과는 뗄 수 없는 것이기에 그가 부름을 받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는 성에 발을 디딘다.
각 인물들은 그의 이름을 각기 다르게 부른다. 이름을 전해 들었으면서도 금새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지만 그는 그저 웃어준다. 저마다의 가치 속에서 이름이 붙여진 그들의 존재는 하나의 가치를 갖고 있고, 그 속에서 느끼는 철학들이 다양하게 풍겨져 나옵니다. 일상 속의 판타이지만 잔잔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라 이야기를 품고 전개될지 궁금하네요.
사신의 이야기는 때론 불온함을 가지고 있어서 늘 긴장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됩니다. 또한 다중적인 인격의 정의를 유순하게 풀어 유기적인 개체로 인식하고 있기에 ‘나’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읽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아직 16부까지 연재가 되지 않아 이야기의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소년과 소녀의 기나긴 이야기를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네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비치는 이야기들이 눈에 그려질듯 그려지는 작품이라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