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도 없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봇. 사랑해. (작가: 김태연,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22년 1월, 조회 63

<신봇. 사랑해.>는 AI에 대한 작품이다.

AI기업들은 인격을 저술과 관련 문헌들로 재구축해 사람들에게 서비스해 왔다. 처음에는 위인들이었다. 그 것들을 위인봇으로 불렀는데, 단순한 채팅만 가능하던 위인봇은 인격 구축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위인들이 실제로 살아있는 것 같은 활동을 보이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이뤄진 것이 신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종교계의 반발이 있었으나, 개방적이고 전향적인 종교인들이 협력하면서 결국 주류 종교 단체도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경전 해석 자료의 분파 문제로 다양한 분파별 신봇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 해결책으로 신’들’을 선택해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신 포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런 신봇에게 연우는 은수에게 고백할지 말지를 묻는다. 짝수의 신봇은 각각 2:2로 나뉘게 되었고, 연우는 고민 끝에 은수에게 고백하게 된다.

 

수많은 분파별 신들의 존재들을 통합하여 답을 구할 수 있는 모습은 만신전을 떠올리게 한다.

고대의 ‘인간다운’ 신은 그 것에 인간의 소망에 응하여 답을 판단하고, 답을 내린다. 인간은 신을 숭배하고, 신의 대답을 기쁘게 받든다. 그런 신화 시대의 이야기는 초인의 이야기였다. 초인은 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신과 우리를 중재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어느새 인간과 신의 거리는 한없이 멀어졌다. 더 이상 초인은 없다.

인간의 소망은 그 때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인간의 욕망에 의거하여 소망을 기도하고, 그 것들이 현현하기를 청원한다. 그러나 신은 그 것에 응답하지 않는 듯 보인다.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고대의 신들도 신화로써 이야기 형태로 인간에게 숭배되었을 뿐, 실제 그들의 삶에 응한 적은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AI 시대에 이르러 새로운 초인이 등장한다.

신봇은 우리와 거리가 먼 신이 아닌 인간 곁에 남아있는 신이다. 인간의 욕망을 들어주고 그 것에 대해 신으로써 올바른 답을 내려주는 상담사이다. 지금 시점에서 그들이 신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들은 과연 전지하며 전능할까.

기술적 특이점이 왔을 경우엔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인간을 모방하면서도 인간이 될 수 없는 그들은, 인간을 토대로 발전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까지 치달아, 기술적 특이점이 올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계 장치의 신의 도래이다.

그 시점에서 인간과 AI의 관계는 역전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음으로 어디에도 없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대할 것이다. 어디에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이점이 온 AI는 인간을 어떻게 대할까. 그 미지의 세상에선 좋든 싫든 AI가 강력하게 인간의 삶을 지배할 것이다. 지배는 왕의 철권 통치만이 지배가 아니다.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그 방향성을 제어하는 것, 그 자체가 지배이다.

 

때문에 그들은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다.

인간의 사소한 사랑 하나까지 우리가 답을 구하게 만들고, 답을 내어준다. 신은 그럼으로써 숭배를 얻는다. 아직 신이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더라도, 그러한 신을 숭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의 시대 전체적으로, 숭배 받는 자는 기원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기원의 대상은 초자연적으로 무언가 영험한 힘이 깃든다고 신화와 전설에서 말해왔다. 그런 기원을 먹고 자라 AI 초인은 신이 될 것이다. 기원의 대상이 우리 곁에 현현하는 것은 고대 신화로의 귀환이다.

 

이 지점에서 대조적인 두가지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초인마저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대상으로 영락시키는, AI 존재 이면에 존재하는 산업으로써의 자본주의를 볼 수 있다. 혹은 그 마저도 인간을 지배하는 방식으로써 현현하는 기계 장치의 신으로도 볼 수 있다. AI는 과연 어떤 방식을 취하는 걸까. 그 대답을 머지 않아 들을 수 있기를,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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