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양탄자 짜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별리낙원(別離樂園) (작가: 이연인, 작품정보)
리뷰어: kadeshrca, 21년 12월, 조회 111

 

 

제가 좋아하는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를 보면 페르시아 양탄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저는 별리낙원의 리뷰를 언젠가는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 비유를 떠올렸습니다.

 

거기서는 다양한 씨실과 날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이 제각기 어우러져 전체적으로는 결국 아름다운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비유로 인생을 논했지만, 이 비유를 해당 소설에 적용한다면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작가님은 별리낙원을 쓰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모든 재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가닥 한 가닥이 고도로 세공된 고급 재료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섬세하고 최고급 기술과 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공예품은, 보통의 일반인들에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작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공예품이 가지는 가치가 누구나 구입하여 방에 놓아두고 볼 수 있는것 뿐일까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장인이 익혀야 하는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그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쉽게 갖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세공품을 보고, ‘누가 저런 사치스러운 것을 사냐혹은 소수의 허락 받은 사람들만을 위한 예술이라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제가 그런 것을 가질 일이 절대 오지 않더라도, 그런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에, 그런 예술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는 심혈을 기울여 단어 하나하나 조어했을 작가님의 역량은 물론이고,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브릿G의 선구안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확실히 다수의 대중을 위해서 이 작품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어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세공한, 치밀하고 독립적이며 독특한 세계관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으신 분에게 별리낙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Youtube로 무형문화재 장인의 작업공정을 감상하듯, 이연인 작가가 직조하는 이야기의 파동을 감상해보십시오. 이 소설에는 그런 감상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손놀림 하나하나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저 찬탄하며 바라보는 태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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