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끝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그 속에서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이제 흔히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렇게 타인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 동료든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가 아닌 ‘너’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적이다. 집에서는 가족과, 또래집단에서는 친구와, 직장에서는 동료와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나간다. 교도소에서도 독방에 수감되는 것은 나름 엄중한 처벌로 취급되는 걸 보면, 확실히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인 것 같다.
<기이해 보이는 보통의 하루>에 등장하는 진영과 민우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부부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평범한 한 쌍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발 다가서서 안을 들여다보면, 그 둘의 관계는 어딘가 좀 미묘해 보인다. 분명 한 가정에서 같이 생활을 공유하는데, 한 사람은 겉돌고 한 사람은 외로워한다. 진영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민우는 진영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게다가 그 둘은 각자 상대방에게 말하지 못한 어떤 비밀을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들은 아이 문제로 갈등을 오랫동안 겪어왔다. 솔직하지 못하니 서로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대화는 겉돌기만 한다. 이는 다시 불화를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걸 보자니 내가 다 답답했다.
‘아이’에 집착하는 진영과 무관심한 민우. 거기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진영의 주변을 배회하는 배달과 가족들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듀끌로 씨.
진영과의 관계가 순탄하지 못하자 민우는 자신의 감정을 듀끌로 씨에게 쏟아내고, 배달의 뒷조사까지 하는 등 불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듀끌로 씨에게 일어난 일로 진영이 괴로워하면서 결국은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러게 왜 진작 대화를 나누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민우나 진영이 조금이라도 터놓고 대화를 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지 않을까. 서로에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안그래도 낮았던 진영의 자존감이 더 낮아지지 않았을 것이고 민우가 진영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괴로워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진영과의 관계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해 도망치듯 한국행을 선택한 민우는 거기서 배달의 흔적을 쫓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차후 민우와 진영이 헤어지든, 그대로 부부생활을 이어나가든, 무얼 선택하든지 간에 깊은 대화, 대화다운 대화부터 먼저 나누었으면 좋겠다.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리 상태인지 상대방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