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바벨 (작가: 달리,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21년 11월, 조회 64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 다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소재로 한 작품의 주제 담론 중 하나로, 창조물과 피조물 간의 관계성에 그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 창조물과 피조물 간의 관계성을 양육자 – 피양육자의 관계성으로 치환하여 묘사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지닙니다.

정체성의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존재가 어떻게 설정되고 표현 되느냐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것이 관계성으로 진입할 때, 이 관계성의 가치평가가 몰가치해질 때가 있습니다. 인간과 로봇간의 차이, 그리고 종속, 역할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제 역할을 할 때의 울림이 아닌, 그 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됨으로써 관계성의 평가는 무의미해집니다. 그리고 이 뛰어넘는 방식이 영적인 이야기로까지 승화하게 된다면, 방향은 개인으로써의 존립의 영역에 닿게 됩니다. 이는 소프트 SF의 사회적 맥락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성을 뛰어 넘는 방식이 역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의 역할으로써 인간과 로봇의 정체성을 다루는 것이 아닌, 이 관계성을 성립시키는 기술, 시스템, 사회망 등, 차이성과 종속, 역할등이 매몰된다면 디스토피아의 맥락에 맞닿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관계성은 역설적으로 몰가치해집니다. 물론 이는 제 역할을 할 때의 몰가치함과 다르긴 합니다. 전자는 우리가 내리는 가치평가에 전제하는 정체성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디스토피아는 위의 과정 속에서 개인의 가치를 거세하고, 존재를 도구화하면서 이면을 드러냅니다.

이 이면에 존재하는 개인은 골드만이 지적한 문제적 개인으로 강력하게 표상됩니다. (언젠가 사회주의 비평 방식을 차용했을 때 사용한 내용을 다시금 인용하면) ‘골드만은 소설을 ‘문제적 인물이 타락한 사회에서 타락한 방식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서사 양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시스템에 종속된 타락한 사회에서 올가의 방식은 이런 사회적인 모순을 폭로하고 현실을 비판합니다.

디스토피아는 이 방식의 가장 강력한 표현법 중 하나입니다. 개인이 매몰되고 몰가치화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참된 가치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단지, 소설 내의 세계에서, 그 세계의 규칙을 배반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오히려 배반하려하기에 개인은 타락한 인물로써 비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점으로 인하여 관계성의 가치는 몰가치해지지만, 역설적으로 의미를 가집니다.

이 관계성의 몰가치함은 바벨에서는 양육자 – 피양육자 / 기술(인공지능을 포함한) – 인간의 도식으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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