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천연덕스러운 기지가 돋보이는 코미디 소품입니다. 한 명의 스승과 세 명의 제자가 나누는 문답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고요. 이 작품을 즐기기 위해 플라톤의 『국가』를 읽을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그보다는 헤로인이나 모르핀, 마리화나, 코카인, 필로폰 같은 단어를 검색해보는 정도가 훨씬 도움이 되겠죠. 중독성 약물의 이름을 변형하여 지은 제자들의 이름과 그에 맞추어 부여된 일차원적인 캐릭터까지 여러모로 영리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코미디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우스꽝스러울 만큼 납작해야 하잖아요. 그 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성공적인 코미디이고, 저는 이런 거 좋아합니다. 내내 웃으면서 봤어요.
코미디의 일차 목표는 무엇보다 웃음입니다. 사회 비판이나 풍자, 해학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더라도 일단은 웃기는 데 성공해야 하죠. 그런데 어떤 코미디는 종종 웃음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합니다. (실은 자주 그렇죠.) 전 이 이야기도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웃기면 다행이고 못 웃겨도 그만이라는 심플하고 쉬크한 스탠스는 이 작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이상 나아갈 생각이 없어요. 애초에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짠 포맷이 아니기 때문에 이 안에서 현실의 은유를 발견해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인물들이 나누는 문답의 주제는 최선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개혁의 방법론입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 전개되는 논리의 절반은 개그예요. 나머지 절반은 궤변이고요. 때문에 논리의 타당성이나 명제의 진위를 검증하는 것도 여기에서는 중요한 과제가 아닙니다. 여긴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약파라테스’의 국가니까요. 스승인 약파라테스는 지혜로운 강론으로 철학적 가르침을 베풀고 있는 마약계 큰손입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어요.
그나저나 시험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런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주기적으로 격한 학업에 시달리는 것도 그리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 코미디가 이 정도 퀄리티를 자랑한다면, 이거야말로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예술적인 경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