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1인 가구 비율이 31퍼센트를 넘었다고 한다. 이 추세라면 204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7퍼센트를 넘을 거라고도 한다. 1인 가구에는 결혼을 하지 않은 학생이나 취업준비생 같은 청년 세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이혼 또는 사별 등을 이유로 혼자가 된 노년층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은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고 계시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는 몇 년 넘게 혼자 살고 계신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언젠가는 1인 가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 그래서 이 소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히지도 않았다. 자식이 있어도 혼자 사는 김 노인이나, 그런 김 노인을 염려하는 경비원 박 씨의 모습 모두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의 미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야기의 무대는 신매화궁전 아파트. 세련된 외래어 이름이 아니라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듯이, 완공된 지 20년이 넘었으며 주민들 사이에 재개발 소문이 도는 오래된 아파트다. 그런 이 아파트에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다가 점차 학생들, 어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이름난 유튜버까지 찾아올 지경에 이른다.
사실 이 소문의 배후에는 101동 301호에 혼자 사는 김 노인과 경비원 박씨가 있다. 돈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연락을 잘 안하는 자식들에게 내심 섭섭한 마음을 품고 있는 김 노인. 그런 김 노인의 마음을 아는 박씨가 김 노인을 도와 깜찍한 일을 벌인다. 덕분에 김 노인은 한동안 자식들의 안부 전화를 자주 받으며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낸다.
문제는 귀신보다 집값 떨어지는 걸 무서워하는 주민들이다. 아파트에 귀신이 진짜로 사는지 안 사는지 여부에는 관심도 없고, 집값이 원상복구될 때까지 귀신의 귀 자도 입에 담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정말 3달 만에 귀신 소문을 잠재우는 주민들. 나는 이 주민들이 있지도 않은 귀신보다, 자식들이 그리워서 있지도 않은 귀신 소문을 만들어낸 노인들보다, 귀신 소문을 듣고서야 아버지를 챙기(는 척하)는 자식들보다 끔찍하고 무서웠다.
아파트 주민들이 귀신보다 무섭다는 느낌은, 아파트에 귀신이 ‘산다’는 표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사전에 따르면 귀신은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을 이르는 말로, ‘죽은’ 뒤에 남는 것이므로 ‘살아’있지 않고 ‘남는’ 것이므로 (능동적으로) ‘살’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장소에 귀신이 산다고 할 때, 사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실제로 그 장소에 살고 있는 대상을 가리킬 수 있을 터. 그렇다면 문제의 신매화궁전 아파트에 사는 건 주민들이니, 신매화궁전 아파트에 산다는 귀신은 사실 주민들일지도 모른다. 귀신보다 집값을 걱정하고 사람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귀신보다 더 귀신 같은 그들.
소설 초반부 김 노인과 박씨의 대화에 나온 한 줄의 대사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거 다 우리가 만든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