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스포일러의 요소가 다분한 문장을 넣어서 작가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하지만 저 외침을 본 순간부터 크게 웃기 시작했고, 지금도 웃고 있기 때문에 넣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몇 달 쌓인 우울함도 한 번에 날리는 글의힘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 작품은 실학과 풍수학, 관상학 등이 국가 이념이 된 놀라운 근 미래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신나는 활극입니다. 관상학에 따라 양반은 양반의 삶을 살고 평민은 평민의 삶을 사는 건 조선시대나 이 때나 다를 게 없지만, 문제는 훠얼씬 더 발전한 과학 기술로 인해 관상을 바꾸고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게 되겠군요.
포도청에서 평생 근무해야 할 관상을 가진 강 문수는 관상 과학 연구소에서 인질극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데, 그 곳엔 과거 정쟁에서 밀려 멸족을 당한 자의 뼈와 살로 만들어진 사필귀정이라는 사이보그가 있었습니다. 조선인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모발을 인질로 협박을 하는 잔인하고 비열한(?) 그에 맞서 강 문수는 청심환으로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쑥향으로 집중력을 강화한 후 대적합니다. 결국 희대의 악인, 아니 악한 사이보그에게 지엄한 심판을 내리지만 왠지 작가님이 이대로 사건을 끝내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 작품은 재미와 신선함이라는 관점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 자리에 놓아도 되겠다 싶은 걸작입니다. 강 문수와 최고의 인공지능인 조선컴이 벌이는 유쾌한 티키타카에서 슬슬 보이기 시작한 대유잼의 낌새는 사이보그 사필귀정의 악랄한 인질극에 분노한 한 포졸의 외침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그렇죠. 신체발무는 수지부모라 하였는데 왜 저에겐 덜 주셨…
캐릭터나 배경, 이야기의 짜임새 등 모든 면에서 살펴보려 해도 그냥 ‘재미있다’라는 한 마디가 깊게 박힌 채 다른 생각을 하지 못 하게 만드는군요. 하지만 작품이 남겨주는 메시지 또한 확실합니다.
국가의 이념적 토대가 실학이 되던 자유 민주주의가 되던 간에 기득권이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부당한 힘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는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걸 말이죠.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군요. 일단 보셨으면 합니다. 전립을 쓰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사이보그를 처단하는 강 문수를 TV나 극장에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드실 겁니다.
웹툰이나 애니가 되어도 좋겠지만 실사만은 못 할 것 같아요. 강 문수는 음…나이는 좀 많지만 근엄한 얼굴로 웃길 수 있는 유 승룡씨나 아니면 도포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빛 동원씨가 맡아도 좋을 것 같은데… 잡설이 길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 주변에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오늘 그런 감정이 솟구쳐서 밖에 나가 소리라도 치고 싶은 기분입니다. 브릿G에 가입해라! ‘성리학펑크2077’을 읽어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