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는 호러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일단 제목부터 재미있다. <전세계 지성인이 함께 보는 계간 역술>(이하 <계간 역술>). 알고보니 이 제목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잡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잡지 이름을 이렇게 거창하게 지었을까. 바로 화자이자 주인공인 아영의 할아버지다. 원조 이과이지만 초현실과 신비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아영의 할아버지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1981년 <계간 역술>을 창간했다. <계간 역술>은 한때 6천 부가 넘게 팔릴 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점점 구독자 수가 줄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영이 2대 발행인이 되었을 때만 해도 근근이 유지할 정도는 되었는데, 구독자 수가 한 명까지 떨어지고 그마저도 구독을 취소하자 폐간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마지막 호를 내고 6개월 후에 발생한다. 어느 날 밤,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오더니 누구 마음대로 폐간하느냐며 따진 것이다. 이때부터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 역술 잡지의 발행인이었지만 역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고 퇴마 능력은 더더욱 없는 아영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귀신들의 괴롭힘에 시달린다. 대체 이 귀신들은 어디서, 왜 나타나 아영을 괴롭히는 걸까. 할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자고로 호러 소설이란 평범한 일상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흔들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 심리가 극도로 뒤틀려야 하는데, 이 작품은 이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원치 않은 일을 떠맡긴 할아버지와 가족들에 대한 원망, 기왕 맡은 일이니 잘해내고 싶었던 책임감, 결국 실패하고 폐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당혹감 등 아영이 느꼈을 법한 감정에 대한 묘사도 훌륭하다.
공포의 매개체가 잡지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귀신을 봉인하기 위한 책이라는 설정 자체는 드물지 않은데, <계간 역술>은 계절마다 발행되는 계간지의 특성을 이용해 귀신의 흥미를 끌고 귀신으로부터 괴롭힘 당한 사람들을 구해왔다는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한 번이라도 잡지를 비롯한 연속 간행물에 흠뻑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설정이다.
“잡지는 귀도 모르게 귀를 잡아 가두는 물건”이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힌트를 얻어 자신을 괴롭히는 귀들을 물리치고 폐간했던 잡지를 복간하기로 결정하는 완결까지 완벽하다. 복간된 <계간 역술>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