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인데도 한낮에는 여름 같은 더위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지난 여름 브릿G에서 읽은 짧은 소설 한 편이 떠올라 다시 읽었다. 제목은 <블루의 여름>. 장르가 호러로 표시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왜 이 작품이 호러로 분류되는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줄거리만 따라 읽으면 매사에 호기심이 많고 친구들과 뛰어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블루가 운동장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이다. 조용히 자갈을 모으던 블루는 자갈 사이로 걸음을 옮기는 개미를 구경하다가 애벌레, 참새를 거쳐 개미집을 발견한다. 두 번째 파트는 블루가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하는 장면들이다. 블루에게는 수진, 하진, 예진, 유진이라는 친구들이 있다. 블루는 친구들과 사방놀이, 경도(경찰과 도둑), 비석치기, 철봉 등의 놀이를 한다. 처음에는 분명 네 명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점차 세 명, 두 명, 한 명으로 줄고 마지막에는 블루만이 남는다. 세 번째 파트는 블루의 머릿속에 있는 서랍장에 관한 서술로, 첫 번째 파트와 두 번째 파트를 연결한다. 서랍장에는 세 개의 서랍이 있고, 중간에 서랍이 네 개로 늘어난다.
소설은 첫 번째 파트, 두 번째 파트, 세 번째 파트가 번갈아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놀이를 하던 친구들이 한 명씩 사라지고 그 때마다 네 번째 서랍에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가령 경도 놀이를 할 때와 3단지 놀이터로 이동할 때 각각 한 명씩 친구들이 사라지는데, 이 다음에 나오는 세 번째 파트, 즉 서랍에 대한 서술을 보면 네 번째 서랍에 두 명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비석치기 놀이를 할 때 또 한 명, 철봉 놀이를 할 때 또 한 명이 사라지고, 네 번째 서랍에는 (예상대로) 네 명이 있다. 이렇게 블루의 현실과 머릿속 서랍을 연결하는 식으로 연출한 것만으로도 멋진데, 작가는 여기에 블루가 혼자서 개미를 관찰하는 장면(첫 번째 파트)를 삽입함으로써 이야기를 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대단히 멋있고 기발하다.
소설에는 블루가 왜 방금 전까지 함께 잘 놀았던 친구를 사라지게 만드는지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브루가 개미집에 물을 부어 개미를 죽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것만으로 처음부터 블루에게 폭력 성향 내지는 살인 충동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중간에 등장하는 개미 먹는 아이(삐에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없다면 죄송합니다…), 필자의 능력이 부족해 소설에 나온 단서만으로 추측하기가 힘들다. 블루와 개미 먹는 아이의 관계를 좀 더 보여주는 이야기가 추가되면 좋을 것 같다(후속작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