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리며…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도라에몽 실재론에 대한 소고 (작가: 이상문, 작품정보)
리뷰어: 기다리는 종이, 21년 10월, 조회 45

작가는 이 글을 통해 도라에몽이 실존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주장이죠. 이는 작품에도 언급되는 것처럼, 셜록 홈즈가 실존한다고 생각하며 활동하는 팬들인 셜로키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그와 다른 점은, 도라에몽의 존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셜록 홈즈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사실 실존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셜록 홈즈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19세기 후반~20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셜록 홈즈가 뛰어난 탐정이라 하더라도,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홈즈는 이미 ‘죽은 사람’ 입니다.

그러나 도라에몽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라에몽은 로봇이고, 2112년에서 타임 머신을 타고 온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라에몽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으니까요. 마치 제가 다음 주 로또 1등에 당첨된다고 말한다면, 그것을 아직 검증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다음 주가 되기 전에는, 제가 로또 1등에 당첨될 수 있을 지 없을 지 누구도 말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문제들도 있습니다. 도라에몽은 후지코 F. 후지오가 1970년부터 연재한 만화로,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 과거에, 도라에몽을 본 사람이 없느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도라에몽은 1996년까지 연재되었는데, 그 동안 등장인물들은 나이를 먹지 않고 시간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사건이 일어나죠. 이른바 옴니버스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 나갑니다. 미래도구로 기억을 조작했거나, 신의를 가지고 침묵했다는 식이죠.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옴니버스 구조에 대한 설명입니다. 단일 도라에몽, 복수 도라에몽, 그리고 다중 도라에몽 가설까지 등장하며, 어째서 도라에몽이 옴니버스 구조를 취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특히, 복수 도라에몽 가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여러 도라에몽의 다양한 이야기를 합친 것이 우리가 본 만화 ‘도라에몽’이라는 말은, 그렇다면 우리 근처에도 도라에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또한 작가는, 작중 타임머신이 발명된 연도가 2008년이라고 나오지만 왜 2008년에 타임머신이 나오지 않았는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냥 매우 먼 미래를 표현한 말이라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감춰진 날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설명은, 사실 도라에몽이 탄생한 2112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2112년에 도라에몽이 탄생한다고 만화 ‘도라에몽’ 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요. 이 연도 또한 그냥 정말 먼 미래를 표현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잘못 표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복수 도라에몽 가설과 연이어 생각하면, 당장 내일 도라에몽이 탄생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도라에몽은 이미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고요. 사실은, 이미 존재하는데 우리가 더 나은 존재, 책임감 있는 존재가 되어 도라에몽을 남용하지 않을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도라에몽을 읽을 때는 그저 재미있는 도구가 나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읽은 도라에몽은 저에게 어제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글 또한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단지 시간이 지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도라에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를 좀 더 따듯하게 해 줍니다.

글이 주는 재미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정말 특별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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