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잎 위에 토마토 알 하나를 올려놓은 것 같은 앙증맞은 비주얼의 우주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바질 리브스’는 우주선의 이름이고, ‘홀 토마토’는 우주선에 장착된 전투기의 이름입니다. 선장 ‘콜린’과 요리사 ‘데이지’, 기관사 ‘조지’가 중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의뢰한 물건을 목적지로 운송하는 일입니다. 그 물건은 황금이나 보석일 때도 있고, 폭탄일 때도 있고, 옥새일 때도 있고,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사진일 때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곽재식 작가의 미영양식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때로 가볍고 경쾌하지만, 때로는 무겁고 진중하며, 가끔 황당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사업임에도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이고요. 바질 리브스 호의 선원들은 운송업자에 대한 일반적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전투력을 자랑하는데, 그건 이들이 속한 우주가 매우 험난하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정도 전투력도 없으면 이 야성적인 세계에서 운송업자로 살아남는 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거든요.
캐릭터도 확실합니다. 콜린은 무뚝뚝하지만 유능한 리더고, 데이지는 콜린과 자주 티격태격하면서도 팀을 위해 제 몫을 묵묵히 해내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애주가이기도 하지요. 조지는 많은 면에서 서툴고 불안하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사회초년생 같은 인물입니다. 세 인물의 조합은 익숙하고 정겹습니다. 이들은 돈 되는 일이라면 무턱대고 할 것 같지만 제 나름대로 철저한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콜린은 의뢰인의 사정을 자세히 듣고 난 다음 자신의 기준에 부합할 때에만 의뢰를 수락합니다. 그리고 데이지와 조지는 투덜대면서도 콜린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죠.
바질 리브스 호의 모험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타고 흘러가는 사이사이에 펼쳐지는 서브플롯은 이 작품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조지가 첫눈에 반한 여성을 따라가다 마주하게 되는 사건은 아기자기하게 흐뭇하고, 데이지가 바에서 한심한 남자들을 상대하다 깡패 무리와 엮이는 사건은 통쾌한 감이 있죠. 콜린이 끔찍이 아끼는 전투기의 무기 모듈을 신형으로 교체할 때 드물게 미소 짓는 장면도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더해줍니다. 전 이들이 뭉쳐서 작전에 임할 때보다 이렇게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이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인물의 입체감도 더 살아나는 것 같고요.
에피소드로 본다면 「돌의 무게」와 「황야의 우주인」이 특히 좋았습니다. 「돌의 무게」에서는 콜린이라는 인물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이 작품이 사실상 콜린의 리드로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에피소드가 갖는 중요성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황야의 우주인」은 스페이스 웨스턴의 장르적 정체성을 가장 크게 부각한 이야기입니다.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 황량한 들판, 인적이 드문 마을, 정체불명의 집단, 외지인인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진실에 접근하는 루트와 같은 요소가 적재적소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콜린은 이 에피소드에서 늠름한 보안관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작품의 제목은 어느 가게의 파스타 메뉴 상세 설명에나 등장할 법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주 색다르고 놀라울 만큼 재미있습니다. 익숙한 클리셰가 이곳저곳에 등장하는데 그것이 이야기를 진부하게 만들기보다는 매끄럽게 흘러가도록 도와줍니다. 일종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각각의 에피소드는 따로 떼어놓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연결되어 흘러가는 서사를 파악하면 더 흥미롭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아마 주인공들의 과거와 함께 하나씩 전개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펼쳐질 에피소드들이 여러 모로 더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