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감상평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이계리 판타지아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신원섭, 19년 1월, 조회 169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 적었습니다.

본문을 반말투로 적은 점, 너그러운 양해부탁드립니다.


굉장히 재미있다. 기이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이계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일을 다룬 시트콤인가 했더니, 나름의 세계관을 만들며 서사의 스케일을 확장해나간다. 그런데 그 세계관이 제법 체계와 질서를 갖추고 있다. 독자를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독특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국형 어반판타지’라는 수사야말로 이 책에 딱 들어맞는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한국 민간신앙/설화에서 소재를 차용해 현대적으로 변주한 부분이 좋았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세계시장에서는 참신함(+오리엔탈뽕)으로 통할 법한 매력적인 소재를 힘있는 서사로 뚝심있게 밀고 나갔다. 정석적이지 않은 리듬감에 적응하기만 하면 한달음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터너라고 생각.

[이계리 판타지아]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다.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생동하는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특히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세계관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불확실성과 모호함에 기인한 서스펜스가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뭔가’를 기대하며 가슴 졸이게 만든다. 음험하고 능글맞은 구석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괴이한 존재들이 어울려 사는 시골마을에 외지인이 들어왔을 때, 과연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 여기서 강단있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빛을 발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밀고 가는 주인공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충실하고 영리하게 대변한다.

가끔은 고집부리다 고생을 자초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고구마타임이 펼쳐지는 감도 있지만, 그 고구마 타이밍조차 치밀하게 계산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사 구조가 잘 짜여져 있는 인상이었다. 예컨대 추락할 때는 확실히, 올라올 때는 시원시원하게.

개인적으로 후반부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읽어보면 딱 떠오르는 레퍼런스들이 있다. 작가가 장르문학에 굉장히 해박하구나 싶은 지점들이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무협과 호러의 장르적 레퍼런스를 어반판타지 형태로 개성있게 풀어낸 수작이라 생각. 간혹 보이는 오타와 비문은 아쉽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나는 소위 말하는 ‘한국형 장르소설’이 이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어쭙잖게 외국 소설 흉내내는 작품보다 훨씬 훌륭하다. 뭘 하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의 오리지널리티는 있어야지.

이 책이 대박났으면 좋겠다. 다들 이계리 읽고 K-문학으로 피폐해진 심신을 디톡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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