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별’이라는 돌이 된다니. 전혀 SF 스럽지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판타지나 종교스럽다. 그래서 과연 어떤 세계관과 설정의 세계인지 궁금했는데, 다소 판타지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소재나 내용 면에서는 나름 적절한 SF로 잘 그리지 않았나 싶다.
소설 속 세계는 사실, 그렇게까지 현실감 있는 세계는 아니다.
정보를 제한하고, 그걸 마치 세뇌에 가까운 수준의 통제를 통해서 간신히 유지해나가는, 조금 비틀린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세상이, 인간 특유의 과거 미화를 반영한 것이기에 더 그렇다. 거기에 80~90년대 문화를 사용한 것도 적절했는데, 현대인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그리워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게 자연스럽게 소설 속 세상이 좋았던(더 정확하게는 좋았다고 미화된) 시기를 재현한 일종의 이상향 같은 것이라고 느끼게 한다.
통제된 세상에 혁명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자체는 익숙한 것이나, 그걸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꽤 신선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쌓인것이 결국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나름 잘 그렸다.
물론 혁명의 과정이 그렇게 매끄러워 보이지만은 않다. 과연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으냐 하는 것이나, 그렇게까지 파급력이 있을 것이냐에는 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위쪽 사회가 그렇게 윤리적으로 강한 사회인 것은 아니라, 얼마든지 뒤로 더러운짓도 할 것 같았기에 더 그렇다. 막말로 묻어버리면 쉽게 끝나는 문제 아닌가.
오히려 반동분자로 처리해버리지 않는 것이 더 어색하다.
나름의 이상향을 그린만큼 혁명의 당위성도 좀 약해 보인다. 문제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나름 합리성도 띄고있어 더 그렇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급진 혁명이나 유혈 혁명같은 건 애초에 들이밀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슬로우 혁명이야말로 새삼 위쪽 세계에 딱 적당해 보인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