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꿈이든, 희망이든, 미래든, 행복이든 뭐든.
테라리엄에 등장하는 주인공, 오르도 마찬가지다. 오르는 등장부터 강렬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테라리엄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위험과 부상에도 아랑곳없이 유리막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한다. 물론 첫 시도는 보기좋게 실패로 끝나버리지만.
“애초에 그렇게 테라리엄을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뭐야? 바깥은 생명을 찾아보기도 힘든 황무지잖아.”
“…답답하잖아.”
“답답?”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에 라리사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오르는 침대에 파묻힌 채 천장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 이상하지 않아? 저 기묘하고 거대한 유리막은 누군가 작위적으로 만든 게 분명한데, 사람은 그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대.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워.”
나같으면 태어나면서부터 지켜본 테라리엄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유리막이 이상하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곳에 존재했던 것이니까. 그리고 바깥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굳이 밖으로 나가려 할 만큼 모험심이 넘치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르는 나와는 다른 인물이다.
“순례자든 뭐든 상관없어. 난 언젠간 테라리엄을 나갈 거야. 그리고 저 유리막을 누가, 왜 세웠는지 알아낼 거고. 그러면 저런 거추장스러운 새장 없이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대사에서 오르가 갖고 있는 모험심과 야망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마 오르같은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발전하는 게 아닐까? 나같이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거나 불만이 없는 사람들은 그것을 바꾸려 할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못할 테니까.
초월의 벌레때문에 제국군과 마찰을 빚으면서 오르와 라리사는 순례자 자이닌을 만나 순례자의 길을 걷게 된다. 다른 테라리엄으로 건너가는 도중에 만난 거대한 모래벌레, 도착한 곳에서 맞닥뜨린 폭력조직, 곤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가 새로이 순례자 일행에 합류하게 된 안야까지. 일행은 본인들을 ‘초록머리 순례단’이라고 이름붙이고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오르는 과연 일행들과 함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단절의 상징인 유리막이 사라질 것인지, 혹은 초록머리 순례단이 사막의 먼지가 되어버릴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초록머리 순례단의 행보가 어떨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그들의 바람대로 유리막이 사라지고, 모두가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