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강탈자 태그에 이끌려서 봤는데, 그걸 생각하면 그렇게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 신체강탈자 요소를 딱히 주요하게 사용하거나, 그걸 진지하게 풀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체강탈자라는 요소는 최근 유난히 빈번해진 듯 한 칼부림 사건에 대한 일종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기는 하다만, 애초에 그것 자체가 그렇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소재의 비중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는 아버지에 이어 남자친구에게까지 치이면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꽤나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진하게 담고있다. 어떻게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만을 겪게 된건지, 주인공의 삶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자는 그만큼 세상엔 그런 빌어먹을 인간들이 많다는 것을 짧고 확실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점에서는 칙칙한 세상과 인간들을 꽤 잘 담은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런 상황을 작품 속 여자들이 스스로 더 강화해 나가는 것은 잘 와닿지 않았다. 특히 주인공의 경우 엄마를 보며 반발하는 마음을 쌓았기에 더 그렇다. 그랬으면서도, 막상 그런 게 자기에게 닥쳤을 때 어째서 그렇게 마냥 수동적으로 다른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차이기만 하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가 작품 속 이야기 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거기에 딱히 사회적인 압박을 통한 가스라이팅, 주변의 회유나 협박 등이 끼어있지 않기에 더 그렇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몰리게 되었다는 것에 의문이 남는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녀들의 화려한 마지막까지 그녀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신체강탈자의 타의에 의한 것으로 그려진 것은 작품 속 여자들의 수동성과 무기력함을 더욱 강조한다.
신체강탈자라는 소재가 이런 내용과 어울리는지도 그렇지만, 심지어 페미니즘적인면에도 뭐가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