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끌려 보기 시작했다. 복수극은 대리만족을 통해 답답한 마음에 사이다를 주어 일종의 카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 많은데, 당연히 이 소설에서도 그걸 좀 기대했다.
그런 점에서는 기대와 좀 달랐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뭔가 시원한 맛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이 소설이 생각하던 그런 복수극이 아니라서도,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상하게 조용하고 만사에 차분한 주인공 때문에 그런 것에 더 가깝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참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제 아무리 부모가 그러라고 한다고 그러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그러지 않아서 혼나는 게 대부분의 아이들 아니던가. 그러니 이는 주인공이 어려서부터 정신적으로 범상치 않았음을 은근히 알려주기도 하고, 또한 그의 부모들 역시 평범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마치 조용한 살인마처럼 익숙하게 처리하는 과정이, 그 사이에서 별 다른 감정의 동요나 일종의 흥분을 보이지 않는 것도 당연한 듯 느껴졌으며, 이러한 것들이 일관된 캐릭터성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피해자가 벌이는 복수극이 아니라, 정신 어딘가가 결여되어있어 언제든 그럴 수 있었으나 사정상, 또 성격상 조용히 잠들어있던 잠재적 살인마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상속녀로 착각하고 잘못 건드려 사달이나는 사이코패스 범죄물 같기도 하다는 거다.
언제든 감시의 날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을 마치 옆에서 저질러도 모르는 멍청이처럼 대한다거나, 살인의 허들이 그토록 낮은 사람을 얕잡아보며 비웃음을 날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소름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