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질감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안녕 (작가: 김완두, 작품정보)
리뷰어: DALI, 21년 5월, 조회 112

죽음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볼 수 있다면, 죽음을 만질 수 있다면, 그 모양과 질감이 과연 어떨지 상상해보게 합니다. 주인공 ‘나’는 죽음을 보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죽음을 앞둔 사람 주변을 맴도는 검은색 상징물이고요. 검은 나비, 검은 창, 검은 밧줄 등의 상징물이 주인공의 눈에 보이면 그 사람은 3일 안에 죽게 됩니다.

 

매력적이면서 익숙한 소재죠. 확정된 미래에 대한 예지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갈등하는 상황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비교적 쉽게 끌어올려주는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 작품처럼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나’는 타인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운명에 애써 개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그건 아마도 10살 때 겪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곧이어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던 기억에서 비롯한 트라우마 때문일 거고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는 저런 특별한 능력도 별 쓸모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무기력한 캐릭터 설정은 곧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게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별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

 

장례가 끝나고 그다음 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아버지가 불쑥 말했다.

 

임박한 죽음을 감지하는 주인공의 능력과 별개로, 저는 이 이야기가 어떤 서글픈 현실의 단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를 떠나보내자마자 제 자식을 버리는 아버지, 어린아이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낱낱이 각인시키면서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 이야기에 언급되는 어떤 죽음보다도 절망적이죠. 이 정도의 절망을 경험한 주인공이 타인의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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