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보살님이 신내림을 받은 이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한 걸음에 삼백리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1년 5월, 조회 99

“시간을 되돌린다”라는 말에서 우리는 보통 ‘시간여행’을 떠올린다. 몸과 영혼이 함께 과거나 미래로 옮겨가는 내용의 스토리텔링은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에서 시도되었다. 주로 ‘타임머신’ 형태의 기기를 이용하는 이러한 이동 방식은 SF 장르에서 여러 방식으로 실험되었다. 하지만 시간을 여행하는 방식은 물리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SF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영혼의 움직임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인물의 이동을 추구했으며 전생 체험을 통해 여러 시간대의 자신을 경험하는 『죽음』이라는 장편을 펴내기도 했다.

육체는 현실에 있는 채로 영혼만 시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은 훨씬 구체화하기 쉽다. 몸에 혼이 갇혀 있다면 오히려 제약 사항이 많다. 하인라인을 비롯한 SF 작가들이 쓴 타임리프 소설에서 주인공은 간혹 여행한 시간대의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나 외양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영혼은 일반적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외적 모습에 자유롭다. 최근에는 가상현실이나 VR 등의 기술을 이용해 영혼과 같은 ‘아바타’가 시간을 건너는 가공의 배경을 기대해 봄직하다.

서두를 이렇게 떼었지만, 오메르타 작가의 소설 〈한 걸음에 삼백 리〉는 생각보다 ‘시간여행’의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행’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은 오히려 강력한 타임리프 소설이다. 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의 소설에 적용한 ‘영혼의 이동’에 좀 더 중심을 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육체의 이동에 필요한 것이 과학과 기술이라면, 영혼의 이동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를테면, 강한 믿음이 아닐까.

시간의 되돌림은 굳은 의지와 그것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짤랑짤랑 방울 소리가 있다.

 

 

돌아가고 싶은 때와 장소가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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