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녹차빙수님의 오랜 팬이라는 걸 먼저 밝힙니다.
최근 녹차빙수님은 다양한 소재의 호러물을 쓰셨는데, 이 이야기 또한 소재가 독특해 보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주제를 구원이라고 보았습니다. 짧은 식견이라 작가님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발버둥 쳐봐야 흙이나 집어 먹게 되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 내지는 구원을 찾았는데, 일생에 딱 두 번 보았던 ‘신이’ 라는 존재입니다.
‘신이’인지 ‘신희’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그것. 어찌 보면 그런 것이 바로 사람들이 쫓는 구원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나름 모태 신앙을 가진 사람이지만 구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데(쓰고 보니 참 모순적이네요) 그 이유는 바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세상에서 말하는 구원이라는 게 참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새벽 안개를 좇는 것처럼 허공에 팔을 휘두르다가 누군가 그걸 봤다는 사람이 나오면 우루루 따라가서 그 간증이라도 듣길 갈망하게 되지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년들은 오직 자신만이 그 성스러운 구원의 경험을 가졌다고 여기며 고된 삶을 견뎌냈습니다. 사실 제가 몸 담은 종교에서의 구원은 이 세상에서 볼 수도 확인할 수도 없는 가치입니다.
돌아올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구원을 위해 내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겁니다. 소년들에게 산에서 만난 존재(작가님은 신이의 성별, 생김새 등 모든 걸 불분명하게 그리셨기 때문에 존재라 칭하겠습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소년들에게는 그나마도 완전히 다른 외모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 제가 가진 구원의 의미를 보여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인공과 친구들이 계속 이야기하는 ‘희망’에는 바로 그 구원을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엉망진창인 이 세상에서의 구원이죠. 희망이란 건 세상 속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제가 아는 구원은 이 세상 밖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년들은 그 구원을 지키기 위해 오랜만에 만난 평생의 친구들에게 거침없이 도끼를 휘두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본 바로는 구원이란 건 잘 비틀리고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 되기 쉬웠습니다. 신이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소년들의 영혼을 꾀어내기 위한 악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을 구원이라 여긴 소년들의 머리 속에서 그렇게 변질된 것인지는 작가님께서 독자 개인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 놓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의 해석은 내렸지만, 이 작품을 읽는 다른 독자 분들도 한 번 고민해 볼 만한 재미있는 질문이라 생각되는군요.
녹차빙수 님은 항상 새로운 소재와 스타일을 보여주셔서 ‘대체 평소에 책을 얼마나 읽으시는 건가’하는 놀라움을 불러 일으키는 작가님이십니다. 브릿G 초기에 보여주셨던 재기 발랄한 탈 장르의 작품들에서 이제는 믿고 보는 퀄리티의 호러물들을 쉬지 않고 써 주시니 기다리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감사와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군요.
브릿G 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더 활발한 활동 해 나가셔서 더욱 사랑받는 작가가 되셨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물론 브릿G 활동도 잊으시면 안 되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