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른 덕심을 주체 못 해 몇 글자 끼적이기 위해 쓰기 시작한 리뷰라서 다소 두서없고 횡설수설하는 리뷰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인내심이 별로 없는 되다만 독자입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과학 서적 입문용으로 좋다던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려고 네 번이나 시도한 끝에 10장도 못 읽고 결국 포기해버린 인간이죠.
대신 소설만은, 그것도 제 입맛에 맞는 소설은 진짜 날 붙잡고 그 자리에서 몇 시간씩 읽어버립니다. 그래도 요즘엔 인내심이 더 바닥을 쳐서 그마저도 잘 못 읽는 편이었는데, 작가님은 제 없던 몰입감을 다시 끌어올려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독특한 재료들 위에,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낸 마법의 소스를 끼얹은 주방장의 스페셜 메뉴랄까요. 떡밥에서 느껴지는 냄새조차 향기로워서 떡밥이 풀리게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거워집니다.
독특한 재료와 창의적인 요리법의 ‘릴리와 필리엔’을 소개합니다!
(*지금부터 초반부 스포가 있습니다)
두 주연의 첫 만남은 전형적인 로맨스소설이 생각납니다. 괴한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여주가, 지나가는 용감한 남주한테 구해져 여주가 사랑에 빠졌다는 오래된 클리셰가 생각나죠. 하지만 몇 화 간 읽다 보면, 이 뻔해 보이는 요리법을 창의적이고 독특한 재료로 전개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둘의 인상적인 첫 만남 이후 로맨스 소설의 사귀는 과정까지 온갖 절절하고 스릴과 쇼크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썸의 과정이 묘사되진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모계사회의 후계자인 마법사’ 릴리와 ‘서자에 대검을 휘두르며, 마법사의 도움을 받는 연상의 꽃사슴 같은’ 소년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어찌 보면 빠르다 싶을 정도로 후딱 사귀어버립니다. 그러더니 몇 화가 안되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소년은 전쟁을 하러 가버리는데요.
이별에 상심하고 있던 릴리에게 누군가 찾아와 소년의 목숨이 위험하니 같이 가자는, 매우 사기꾼스럽고 수상스러운 제안으로 인해 릴리가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매우 신기한 주인공들에 독특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버무려 요리해내는 솜씨가 대가의 요리 같습니다. 수쉐프의 베스트메뉴 같은 모험 중심 판타지로맨스 소설이랄까요. 게다가 소설의 개그 코드와 유머러스함도 제 입맛이라 허버허버 먹게 됩니다.
소설은 릴리의 모험이 중심이 되며, 매우 진하디진한 (최신화까지 읽고 나시면 진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랑이 조미료처럼 톡톡 뿌려져 있어요. 그뿐이 아니라 초반부터 뭉근하게 끓여 먹는 떡밥을 건져 먹는 재미가 일품! 천하 제일미 입니다.
게다가 독특한 향신료 같은 조연들도 정말이지 안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귀엽고 듬직한 로라, 초탈하지만 나름 쑥스러움도 느끼는 스야, 완전 귀여운 늑대 수인 우피, 북부여대공 늑대 수인 란데릿……사랑한다!!!!!!!
각설하고, 제 부족한 어휘력으로 주절댄 횡설수설을 읽기엔 인내심이 모자라다 싶은 분을 위해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비슷한 맛이 나는 작품과 생각나는 키워드를 나열해보겠습니다.
임주연 작가님의 씨엘, 옛날 판소(하얀 늑대들, SKT, 폴라리스 랩소디 등) 그리고 천천히 쌓아 올린 서사와 깊은 관계의 구수한 맛, 적극적인 여주와 여주보단 소극적인 남주, 모계사회에서 자란 여주인 점에 흥미를 느끼신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또 로맨틱한 사건이 중심이라기보다 사건이 중심이고 로맨틱이 조미료인 로판을 좋아하는 분도 재밌게 읽으실 거 같습니다. 묘사가 감성이 넘치고 판타지뽕 채우기 좋습니다.
이 맛난 작품을 모두 읽으시면 좋겠다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주절거리는 리뷰를 마칩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