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에서의 공포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황금빛 선잠 (작가: 메르카토르, 작품정보)
리뷰어: 냉동쌀, 21년 4월, 조회 64

공포는 사랑과 더불어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입니다. 생존과 번식은 공포와 사랑이라는 두 감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공포는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사람은 어떨 때 공포를 느끼고 어떨 때 편안함을 느낄까요?

그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낯섦’에서 공포의 근거를 찾습니다. 내가 알던 것, 보아왔던 것, 그러한 것들이 ‘평소’와 달라졌을 때 우리는 ‘낯섦’을 느끼고, 그것이 ‘불안’으로 연결되며, 종국에는 ‘공포’가 되는 것이죠. 공포가 낯섦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전제했을 때, 어쩌면 인간이 가장 최초로 느끼는 감정 또한 공포가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하곤 합니다. 아기 입장에서는 편안한 공간에서 이탈하며 밝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낯선 공간’에 내던져진 셈이니까요.

나아가 낯섦에 대한 공포는 어둠에 대한 공포로 이어집니다. 내 눈에 익은 아늑하고 편안한 집조차, 무엇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들어차면 낯선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실수로 새끼발가락으로 의자를 걷어차거나 바닥에 떨어진 레고 조각을 밟을 수도 있는, 그리고 내 시야가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를 죽이려는 열망이 가득한 미지의 존재와 맞닥드릴 수 있는 공포를 내뿜으면서요.

『황금빛 선잠』은 그런 낯선 공간을 주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낯선 세계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방황하게 되는 주인공, 소희는 무력하게 공포에 떨다 무사히 집으로 되돌아갑니다. 어릴 적 비슷한 내용의 괴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괴담의 주인공은 결국 집까지 돌아가지 못했으니 조금이나마 밝은 결말로 끝나는 셈이죠.

 

소희의 시점과 소희의 동생의 시점이 교차되어가며, 두 시점은 결국 역앞에서 만나게 됩니다. 경찰에 도움으로 무사히 동생에게 돌아온 소희의 모습을 끝으로, 제3의 시점, 예지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결말을 맺습니다.

익숙하던 공간이 한순간에 낯선 공간으로 변해버리는 공포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서늘해진다거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류의 소설은 아니지만 공포 소설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작품입니다.

아쉬운 부분이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괴물’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제 취향과 어긋난달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강조하는 표현이었다면 으스스한 공포감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각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묘사하는 것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동생 쪽이 느끼는 불안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울 점 있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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