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웨스턴 서브 장르에 무게를 둔 이야기로 보입니다. 배경 묘사가 굵직하고 효율적이네요. 짧은 분량임에도 중심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정교한 대칭 구조로 짜여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결말은 가까스로 열려있는데, 작가는 인위적인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여기까진 동의할 수 있는데, 그와 별개로 몇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서로를 찾아다니는 두 인물 사이에 얽힌 문제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언어적 소통의 오류잖아요. 남자의 선의를 일방적으로 오해한 아이가 자기를 도와준 남자를 되려 살해하기 위해 황량한 행성을 배회하는 식이죠. 그러다 한 술집에서 시간차를 두고 만난 노인을 매개로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은 거고요. 그런데 이때 왜 언어적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건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양쪽 언어를 다 구사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기 얘길 안 하고 있거든요. 두 인물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노인을 앞에 두고 각자 혼잣말을 하고 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죠. 둘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노인에게 다가와 수소문을 하고 있으니까요. 남은 건 독자에게 사건의 내막을 전달하기 위해 노인을 도구적으로 삽입했다는 건데, 만약 그렇다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남자를 뒤쫓아 이 행성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남자도 아이를 찾기 위해 이 행성에 왔고요. 그러니까 애초에 한 행성에 함께 있었던 두 인물이 서로를 찾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왔다는 얘기가 되는데,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더 길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여요. 아무래도 짧은 분량이 이야기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아이가 광선총을 사용하게 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스페이스 웨스턴 장르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려면 광선총보다는 리볼버로 연출하는 게 더 임팩트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행성 간 이동이 동네 산책하듯 당연하게 일어나는 미래라는 설정을 받아들이더라도 변방의 쓸쓸한 행성과 광선총은 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