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돌면서 – 꼬리잡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꼬리잡기 (작가: 리체르카, 작품정보)
리뷰어: dorothy, 17년 5월, 조회 41

.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15년의 어느 날, 둘째 동생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데려왔다.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어떤 아주머니가 주고 갔단다. 난감했다. 아버지는 고양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분이셨다. 설상가상으로 가족 다섯 명 중 세 명이 비염이 있어 고양이 털이 날린다면 우리 집은 재채기 소리로 가득할 것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 귀여운 모습에 둘째와 막냇동생은 제발 키우자며 엄마에게 매달렸고, 마침 아버지는 출장을 가 계신 상태였기 때문에 동생들은 눈물바람을 대가로 집사의 길을 쟁취할 수 있었다.

집을 만들고, 담요를 덮어주고, 밥을 주고. 금세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버지가 돌아오셨고, 동생들은 또 한 번 눈물콧물을 질질 짜며 고양이를 뺏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다음 날, 동생들은 텅 빈 자리를 보며 다시한번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길고양이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많아 애초에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던 나도 마음 한 켠이 쓰렸다. 일주일 내내 알레르기로 고생했던 어머니도 복잡한 얼굴을 하셨다. 생명은 그렇다. 책임지려 마음을 먹었던 대상이라면 더더욱.

 

이 글의 주인공인 ‘샬롯’을 찾는 치매 걸린 할머니의 마음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잊어도 가족처럼 지냈던 반려묘는 잊지 않는다.

“여기 할머니 치매가 심해져서 밤에 혼자 돌아다니다 쓰러지셨다던데.”

“키우던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고 계속 고양이 데려오라고 그러신다더라.”

분명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이야기이건만, 어쩐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마지막 즈음 인간들이 재잘대는 부분이었다. 고양이를 찾으며 길을 헤맸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다.

 

이제 주인공인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비, 야옹이, 샬롯… 여러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정작 ‘얼룩 고양이’로 불리며 서술된다. 그것이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고양이의 특성을 설명하기로 한 탓인진 모른다. 하지만 그 자신의 행적과 이름을 잃어버린 샬롯-나비,야옹이-은 하루에도 몇 번씩 동네를 빙글빙글 돌며 밥도둑의 행적을 추적한다. 밥그릇의 내용물을 훔쳐간, 누구도 알지 못하는 못 보던 고양이와

꼬리잡기 를 한다.

또한 이 작품은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단순히 한가로운 고양이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내용인 줄만 알았지, 결말이 다가올때까지 이런 것일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제목의 의미를 그제서야 깨닫는다.

「꼬리잡기」는 이러한 내용에 아주 딱 맞는, 볼수록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탁월한 제목 선정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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