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동상이몽에 담긴 사실적인 공포. 감상

대상작품: 망상들 (작가: 피스오브마인드,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0년 12월, 조회 36

‘망상들’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이거 어디선가 봤는데? 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많이 차용된 소재입니다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니 걸리는 부분 없이 술술 읽히는 글의 힘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세 사람은 해윤이라는 대학생을 두고 자신만의 망상을 펼쳐나갑니다.

이야기의 큰 뼈대는 까페 알바생이었던 해윤의 실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주변의 인물들이 가진 망상들로 인해 해윤이라는 사람은 이미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해윤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결론지어버린 공시생의 경우엔 전형적인 과대 망상이고, 같이 알바하는 알바생은 자신의 외모 컴플렉스로 인해 생긴 피해 망상입니다. 마지막으로 까페 사장은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해윤을 망상의 틀에 집어넣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세 사람 모두 불운한 피해자 해윤에게 충분히 강한 적개심을 가진 상태라 누가 범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작가님은 끝까지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어떠한 단서도 남겨놓지 않으셨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장르적 결말을 내기 보다는 일방적인 망상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야 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보여주려고 하신 게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끝까지 범인이라는 요소를 이야기에서 배제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그들 중 누가 범인이냐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 말이죠.

그들 중 한 명이 범인일 수도 있고, 모두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두 범인일 수도 있죠.

확실한 건 해윤에게는 그들 모두가 가해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별 것 아닌 일로 살인까지 치닫는 끔찍한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그런 사건들 또한 상대방을 생각지 않은 자신만의 망상에 빠져 저지른 범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보니 집 밖으로 나서기가 더욱 두려워지는 요즘입니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까페라는 공간을 통해 현실에 존재할 법한 두려움을 솜씨 좋게 집어내 글로 표현한 이 작품 ‘망상들’은 주변의 꺼림칙했던 시선이나 묘한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읽어보시면 팔뚝에 소름이 돋늘 걸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