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그려내자 이야기가 춤을 추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낙원과의 이별(수정 전-3월 15일 비공개) (작가: 이연인, 작품정보)
리뷰어: 개미핥기, 17년 5월, 조회 186

현실 세계와 다른 배경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배경 그 자체가 캐릭터와 이야기에 기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새로운 배경을 꾸며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작품들에서 세계관은 주요 등장 인물들과 함께 당당히 주인공 목록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낙원과의 이별’이 연말 시상식에 초청받아 주연상을 받는다면 쟁쟁한 사람 후보들을 제치고 세계 그 자체가 수상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현실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공간, 가상의 시대적 배경 속 어느 전제군주국. 황제와 황실을 중심으로 하여 황제와의 혈연관계를 기준으로 한 수직적인 신분 피라미드가 철저히 자리 잡은 곳입니다. 호칭이나 정부 편제는 명, 청 시기의 것을 변형시켜 따르는 듯 하고, 주요하게 등장하는 인접 국가의 경우에는 아랍의 것을 많이 빌려온 듯하네요. 여기까지는 여느 무협소설이나 가상역사물에서 흔히 다뤄지는 부분이지만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면 남녀가 (거의) 완전히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렇게 드문 설정은 아닙니다. 많은 SF 물에서 쓰고 있고, 시대극의 경우에도 중국 드라마 ‘랑야방’에서는 남녀 간 직업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오지요.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해 주는 부분은 이러한 동등성이 그저 배경설정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성격, 관계, 직업, 습관, 목표 등 모든 분야에 미친다는 부분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모든 등장인물의 성별을 랜덤하게 반전시키더라도 일부 호칭만 제외하면 본문을 전혀 수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일 것 같네요. 이 특성은 단순히 정치사회적인 캠페인성 의미만 가지는 게 아닙니다. 각 인물을 2배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두 인물 간의 관계는 4배 풍성해지고, 결국 이야기 전체는 2^n배 풍성해지지요. 이 이야기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것은 이러한 풍성함에서 오는 입체적인 면모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세계와 이러한 인물관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는 작가님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식상한 구도의 이야기라도 이러한 세계 속에서라면 톡톡 튀는 장면들이 연출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종의 번외편 격인 ‘황제폐하의 주방’ 역시 평범하고 익숙한 세계관 속에서라면 그렇게나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의 열일(…)과 장수(…)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충성충성충성 작가님 사랑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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