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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아이가 남긴 작은 수첩 (작가: 민진,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20년 10월, 조회 19

우리는 누구나 상실의 경험을 겪거나 현실에서 결핍을 느끼며 살아간다. 민진 작가의 <아이가 남긴 작은 수첩>은 소중한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부부는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과 공유했던 물건들을 기억하며,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사소한 물건과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기적이고 사건이었음을 깨닫는다. 따지고 보면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하루가 모여 한해가 되고그런 한해, 한해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일 것이다. 그런 하루 하루가 존재하였기에 쓸모와 필요만으로 이루어진 ‘기능적 생활을 벗어나 여유를 풍경으로 두는 ‘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실 ‘결핍의 경험은 그들의 삶의 온도를 변화시킨다이러한 온도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공간 감각을 둔화시킨다눈앞에서 아름답게 펄럭이는 ‘현재가 좋았던 과거 같기도 다가올 미래 같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현재의 내 것 같지는 않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한여름에도 계절에 걸맞는 싱그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겨울의 냉혹함만을 느끼며 살아간다. 세상에 남겨진 이들은 긍정적 태도 보다는 현실을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남겨진 이들은 결코 없던 일이 될 수 없고잊을 수도 없는 일들을 품에 안은채 고통속에서 삶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상실과 결핍을 대면하게 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인간이란 각자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잘잘못 때문이 아닌 서로의 고유한 존재 방식과 중력 때문에 헤어짐을 겪게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극복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이해이다이해는 자신이 처하게 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될 수도 있고이미 사건을 겪었거나 체험중인 타인에 대한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이해란 자리에 누울 때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되는 품이 드는 일이다그렇기 때문에 이해는 몰이해의 꽃매의 형태로잘 포장된 예쁜 합리성의 형태로 변질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또한 예의를 생략하거나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다기오기도 한다. ‘이해란 타인과의 온도를 맞춰가는 과정이며 이는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실과 결핍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의 ‘온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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