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와 착잡함이 교차되는 소설의 결말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고양이를 찾습니다 (작가: 공포문학 단편선, 작품정보)
리뷰어: 이사금, 20년 9월, 조회 67

제가 사는 마을 근처에도 고양이가 종종 눈에 띄는데 가끔 보다보면 이 고양이들한테 어떤 가게에서는 먹을 걸 나눠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신기하게 밖에서 사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색을 보이더군요.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라고 하던데 이 근처에서 보는 낯익은 고양이들이 많이 있는 걸 보면 제 예상보다 마을과 고양이의 공존이 제법 오래된 건지도 몰라요.

고양이는 물론이거니와 개들도 꽤 많은 동네이긴 하지만 아직 다행이라고 할까 동물과 관련된 끔찍한 범죄 행위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종종 들개한테 물렸다는 사람들 소식은 들었지만;) 일단 동물들이라 하더라도 서로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인간이랑은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 마을보다 인구 밀도가 높고 복잡한 곳은 또 사정이 달라질 지 모르고요.

그리고 사람 사는 곳인 이상 동물과 관련된 불행한 사건이 터지더라도 그건 이상할 일은 아닐 거예요.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건은 어딘가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법 하기에 이와 같은 일은 그저 주위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

소설 <고양이를 찾습니다>에서처럼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나 유기 동물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사이코패스들은 현실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다만 고양이를 가지고 인질극을 벌이는 범인의 정체가 그렇게 무섭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건 왠지 작가님이 의도하신 설정인 것 같네요.

보통 이런 소설에서 대상이 누가 되든 인질극을 시도한 범인은 미스터리한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지며 그 존재를 꼼꼼하게 숨기는 데 반해 여기선 고양이를 납치하여 인질극을 벌인 범인이 중반에 쉽게 그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가 내뱉는 중2병 같은 소리를 통해 질나쁜 놈이긴 하지만 그렇게 머리가 좋은 놈이란 생각도 들지 않고 어딘가 철이 덜 든 느낌까지 받았으니까요.

오히려 소설의 반전이 드러나는 부분은 고양이 쿠키를 챙겨주던 주인공들 중 한 사람이 의외의 선택을 하면서입니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챙겨준 사람들이 하나같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인지라 그래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그 중 하나가 과감하게 복수를 시도하는 인간이 나오게 되는데 그 계기는 그저 머리가 덜 여문 범인과는 달리 굉장히 절박한 사정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당위성이 있었기 때문에요.

막판 복수를 행한 인물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라는 설정은 고양이 인질극을 벌인 범인의 태도를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요. 진심 절박했던 사람과 그저 있어보이는 척 하는 중2병 동물학대범은 격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행위가 누군가한테 남은 삶을 버틸 수 있던 기회였음에도 그것을 뭉개는 행위는 여러모로 착잡함을 남기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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