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습니다.
누군가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격해질 듯하면서도 선을 넘지는 않는 말들, 울렁거리는 속마음만은 필사적으로 묻어두려는 시도, 그런 진한 감정들이 꿈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 여운처럼 남았습니다. 네, 저는 네키르엘이 되어서 주릴과 티격태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주릴이 좋습니다. 그가 영웅성과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이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불완정성 때문에 좋습니다. 인간 세계에서 천형과도 같은 요정 태생으로서의 고단함, 끝없는 내적 갈등과 화해, 각성의 과정을 그와 함께 하고 있노라면 저는 제 안에 있는 갈등과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습니다. 그것은 그가 그 과정을 수이 겪어 내서가 아닌, 성장하려면 으레 그래야하는 것처럼 마땅한 댓가를 치러내서이기 때문이지요. 그 댓가란 첫째탑- 과거와의 화해-과 둘째탑-자신과의 화해-를 향한 모험일 것입니다.
하지만 탑의 순례는 그저 주릴의 개인적인 성장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주릴이 탑을 차례로 순례하면서 세계는 뒤틀리게 되고, 좀비(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로 뒤덮이는 고난을 겪게 되지요. 마법과 신성의 갈등일까요? 자연과 인간의 갈등? 자연스러운 것과 자연스러운 것을 억압하고자 하는 자들의 갈등? 이 갈등과 세계의 뒤틀림은 실로 요정이면서 인간이기도 한 주릴이 상징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셋째탑의 모험은 과연 이 모든 갈등의 화해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작가님!! 어서 다음 편을!!!!)
덧. 저는 주릴이 죽으면 정말 슬플 것 같은데 이미 작가님이 복선을 깔아두신 것 같습니다. 네키르엘이 죽고, 주릴이 죽은 자를 살리고, 그래서 네키르엘은 살고 주릴은 죽고ㅠㅠㅠ 나쁜 놈이 갖고 있는 주릴의 심장 하나로 다시 살….아나면 좋겠습니다.(아이나힐야! 도와줘!) 아니! 살려주세요! 주릴이랑 네키르엘 행복하게 해주세요!!ㅠㅠ 응? 둘이 응? 대대손손 아이 낳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ㅠㅠㅠ
덧2. 개인적으로 진현의 개그 너무 좋아합니다. 모쪼록 많이 등장시켜주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