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을 뒤틀리게 만드는 미친 사랑 이야기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아낌없이 주는 남자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이사금, 20년 8월, 조회 101

장르가 공포이기 때문에 사랑 운운하는 구절로 시작하더라도 꽤 각오를 하면서 읽어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는 제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막판 고기 언급되는 부분에서는 토쏠릴;; (소설을 욕하는 게 아니고 그냥 소설 속 인물 감상이 그렇다는 거에요. 워딩이 좀 과격해도 이해해주시길…) 수준이라고 할까요. 꼭 예전에 읽은 자기 몸 잡아먹는 식인 소설을 대상을 바꾼 러브스토리로 읽는 느낌이었을 정도.

그동안 저도 공포소재의 영화나 소설 혹은 만화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나름 내성이 있다 싶었지만 가끔 텍스트로 읽어도 속이 안 좋은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개인차겠지만 요새는 사람 잡아먹거나 신체를 훼손하는 이야기를 볼때 이상하게 그림보다는 텍스트가 충격이 심한 것 같았습니다. 그림이나 영상은 결국 진짜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볼 수 있는데 똑같이 진짜가 아니더라도 텍스트는 사람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기 때문일까요?

흔히 사랑 이야기, 남들에게 다 퍼 주고도 부족하다 느끼는 사랑 이야기는 좋은 소재가 되어 많이 쓰이곤 하는데 한 여자만 변하지 않게 사랑하는 이야기는 로맨스의 클리셰이고 사람들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로맨스물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랑 이야기, 혹은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끼워넣어 소설의 주제를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딱 생각나는 것이 영국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같은 캐릭터군요. 스네이프의 반전이 밝혀지자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인기를 끌었던 것을 기억하면 한 사람만을 애타게 사랑하는 것은 정말 소설로써 훌륭한 소재고 시선을 끌며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장르에 따라 이런 사랑 이야기를 뒤틀어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로맨스물이라면 환상적이고 낭만적이었을 이야기가 공포물로 이식될 경우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공포물이란 게 사람들이 가진 로망 뒤에 있는 어둠을 부각시키는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소설 속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하는 자기 신체를 훼손하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생존이 어렵고 (마지막엔 진짜 죽긴 했지만) 주위 사람들도 가만히 두지 않을 행위기 때문에 소설적인 허용으로 봐야 하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의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 행위는 왠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느낌이라 오싹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행위를 사랑이라 주장하며 희생을 하는 뉘앙스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것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그건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이나 다를 바 아닙니다. 심지어 여자의 인생을 저렇게 망가뜨린 것도 주인공 남자 자신이라 남자가 구구절절 고백하는 것도 그저 자기합리화 수준일 뿐. 여자한테 뭐 해준다 하지 말고 그냥 죽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주인공 남자가 자기 몸을 떼어내는 행동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과격한 행위라 이 부분은 그래도 판타지라고 생각하며 비위를 참고 볼 수 있었어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고 의견을 박탈하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연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포스러웠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소설 속의 여자는 주인공한테서 영영 벗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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